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수염과 남자에 관하여]링컨이 대통령 된건 수염 때문?

■크리스토퍼 올드스톤 모어 지음, 사일런스북 펴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기원전 331년 9월30일 페르시아와의 결전을 앞두고 부하들을 불러모았다. 필승의 결의를 다짐해야 할 엄중한 자리에서 알렉산더는 돌연 부하들에게 자신의 턱수염을 면도하라고 명령했다. 당대 예술가들은 신화 속 영웅을 수염이 없고 매끈한 모습으로 묘사하고는 했다. 이를 알아챈 알렉산더는 ‘면도 의식’을 통해 부하들도 자신을 신화의 영웅들처럼 비범한 존재로 여기며 결전에 나서기를 바랐다.

‘수염과 남자에 관하여’는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서구 문명을 이끈 남성들의 역사를 수염과 결부해 분석한 대중 교양서다. 저자인 크리스토퍼 올드스톤 모어는 미국 출신의 역사학자로 현재 미국 라이트주립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알렉산더 이전의 시대만 해도 그림에 나오는 신화 속 영웅과 달리 존경받는 그리스 남자들은 대부분 턱수염을 길렀다. 하지만 알렉산더가 마케도니아와 그리스의 군대를 이끌고 페르시아를 정복한 이후 그리스 사회에서 ‘면도한 남자’는 약 400년 동안 멋진 남성의 표준처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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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햄 링컨은 반대로 수염을 기르면서 스스로 운명을 바꾼 경우다. 1860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링컨은 자신의 볼품없는 용모가 나라의 지도자로서 권위를 세우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레이스 베델이라는 이름의 소녀 지지자가 링컨에게 편지를 보내 “멋있는 수염을 기르면 아줌마들이 모두 투표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링컨이 구레나룻과 이어지는 턱수염을 길러 용모에 남자다운 기품을 더한 것은 소녀의 이런 조언 덕분이었다.

이밖에 저자는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콧수염 유행’을 선도한 배우 클라크 게이블, 수많은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돌프 히틀러와 이오시프 스탈린의 외모를 당대 역사의 흐름 안에서 흥미진진하게 기술한다. 1만8,000원.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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