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여당의 악재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책임 회피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장관 릴레이 오찬과 현장최고위원회 등 총선을 겨냥한 민심 다잡기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불구속 기소나 북한 목선의 남하 등 정작 정부 여당이 책임질 사건에는 이렇다 할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갈등요소는 청와대에 떠넘기고 당은 내년 총선에서 ‘정권심판’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한다.
이 대표는 손 의원이 기소된 지 나흘째인 21일에도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뿐 아니라 민주당 대변인의 논평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 아니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목포 투기 의혹이 제기돼 탈당하던 지난 1월 홍영표 당시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장까지 동행했던 점을 고려하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야당은 손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친분이 있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였다는 점에서 책임 있는 입장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과 관련해서도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의 ‘입’ 역할을 맡고 있는 이해식 대변인이 19일 짧은 논평을 통해 “이런 일이 발생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게 전부다. 경계임무 실패와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여론 악화가 심화하자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사과했지만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등 공개석상에서 북한 목선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침묵은 당내 갈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민주당 온라인 게시판에서 벌어진 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자들 간의 설전도 이 대표의 ‘침묵’이 불러왔다는 비판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이 지사를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감싼 장본인이라면 어떤 식으로라도 입장을 밝혀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데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