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무인기) 격추에 대한 보복 공격을 막판에 철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4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이 여전히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는 말이다.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對) 이란 추가제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에서 이란 관련 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에 대한 보복공격을 하려다 실행 10분 전에 중단시켰다고 트위터를 통해 직접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그들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그들이 그에 대해 동의한다면 그들은 부유한 국가가 될 것이며 매우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풀 기자단이 전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best friend)가 될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에게는 훌륭한 이란 출신 친구들이 많다며 이란이 영리하게 행동하고 그 국민에 대해 신경을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을 중단한 결정에 대해 찬사를 얻고 있다면서 “모든 사람이 나더러 ‘전쟁광’이라고 했는데, 이제 그들은 내가 비둘기파(a dove)라고 한다”고 말했다고 풀 기자단이 전했다. 보복공격을 했다면 사상자가 얼마나 발생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들이 무인기를 격추했던 점에 비춰 (사상자가) 몇 명이든 그건 많은 숫자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확실히 ‘매파’라면서도 자신은 이란에 대해 모든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준비했다가 작전 개시 직전 취소함으로써 이란에 대한 ‘매력적인 옵션’이 없다는 사실이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은 이란 지도자들이 결국 경제적·국내 정치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는 오바마 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 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보다 더 철저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핵 협상에 깊숙이 관여한 유럽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송유관을 잠그고 원유 판매 수입을 거의 제로(0)로 만들면 이란이 새로운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일부 미 의회 지도자와 전·현직 외교관들 역시 제재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오바마 정부와 했던 것보다 불리한 합의를 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이란이 지금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문제”라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들이 더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제재로 진전을 보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틀림없이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스라엘로부터 이란의 핵시설을 제거해 핵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선택지는 북한에 했던 것처럼 방향을 바꿔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란은 북한과 체제가 달라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을 우려했다. 이란에서는 군과 성직자가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 협상할만한 인물이 존재하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