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책 유연성, 레토릭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서경 펠로 '경제 투톱 교체' 진단·분석 ]

"노동 이중구조 놔둔채 최저임금만 올리면 안돼"

"기존 프레임 벗어난 정책 펼지는 의문" 지적도




김상조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이 새롭게 포진한 청와대 ‘경제 투톱’과 앞으로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23일 서경펠로들은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노동시장 개혁”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책 기조에 대한 각계의 비판에 귀를 닫고 ‘기다리면 된다’는 식으로 불신을 키워온 전임자들과 달리 적극적인 소통능력과 유연성을 발휘해달라는 당부의 목소리가 컸다.

서경펠로들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양극화·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앞으로 3년간 어떤 제도개혁을 추진할지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은 “지금껏 정부가 해온 노동정책 메뉴 몇 가지는 한계가 많다”며 “출범 초기에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손에 쥔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정규직 노조 중심의 노동시장 등 고질적 문제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최 전 원장은 “이런 문제를 손대지 않은 채 최저임금만 올리고 공공 부문 정규직화를 한다고 노동시장 질서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며 “새 정책실장이 들어온 만큼 이제는 앞으로 3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 메뉴를 추진할지에 대한 화두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호로만 남은 혁신성장의 성과를 내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노동개혁이 핵심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인수 숙대 교수(전 현대경제연구원장)는 “중요한 점은 빠르게 둔화하는 성장세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의 문제”라면서 “핵심은 결국 노동개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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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생산성이 뒷받침되는 임금 상승은 문제가 없지만 현재 생산성이 제고되지 않는 상황에서 법인세는 오르고 노동문제의 과격성만 부각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누가 투자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업이 실제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면 노사관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지난 21일 취임 인사에서 정책 방향성과 관련해 “유연성도 필수”라고 말한 것을 두고 “레토릭(수사)에 그치지 말고 대립적 노사 문제, 정책 부작용 보완, 규제 개혁 등에서 실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관료의 이해관계에 얽혀 지지부진한 규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이제껏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은 승차공유나 인터넷은행처럼 지엽적인 과제에만 집중했다면서 “지금 얘기하는 ‘혁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 좁다”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를 두고도 “규제 개혁이 공무원이 수혜를 베풀듯이 이뤄지고 있다”며 “재정은 신산업의 기술력과 인력 양성에 투자해야 하고 특히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법적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출범 2년이 지나도록 공방만 무성한 소득주도 성장 기조에 대해 김 정책실장이 건설적인 토론에 나서 소통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최 전 원장은 “이제까지는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전혀 없어 반감과 불필요한 공방만 키웠다”며 “김 실장이 소통능력과 유연성을 발휘해 현실 인식의 간극을 좁히고 합의점을 찾아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정책실장은 경제 전체를 봐야 하는 자리”라며 “부진한 경제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고려해 정책을 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인사에서는 정책 전환을 위한 유연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왔다. 참여정부 때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교수는 김 실장에 대해 “경제 전반에서 전임자들보다 나은 식견의 소유자”라면서도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책 전환까지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등불을 들고 멀리 나가보라 했는데 문 앞까지도 안 나갔다”고 비유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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