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기자의눈]‘임블리’의 ‘남탓 여론전’

변수연 생활산업부




지난달 20일 온라인쇼핑몰 ‘임블리’의 운영사인 부건에프엔씨 주최로 갑작스러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언론의 관심이 쏠렸지만 곰팡이 호박즙 사태 이후 고객대응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임지현 상무가 경영에서 손을 떼되 고객서비스는 그대로 맡는 등 모순된 해결책만 내놓았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임 상무의 남편인 박준성 대표는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19일부터 부건에프엔씨 측은 작정이라도 한 듯 주말을 제외한 사흘간 매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연일 보도자료를 쏟아내는 것 자체도 이례적이지만 그 내용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첫 번째 입장문은 고객서비스에서 비판을 받아온 만큼 소비자 클레임 신속처리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회사가 고객 클레임을 직접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로 이첩한다는 것이다. 유통업체가 담당해야 할 일을 제조업체로 떠넘긴 것은 업계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아직도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하루 만에 다시 낸 자료에는 ‘클레임의 94%가 정상 처리됐으나 6%의 과도한 요구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환불 보상을 받지 못한 이들 전체를 ‘블랙컨슈머’로 몰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 번째 자료는 임 상무가 오는 29일 추첨을 통해 모인 고객을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연다는 것이었다. 부건에프엔씨의 일 처리 방식에 불신을 느껴 온 소비자들은 여기에도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관련기사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 자료에 담겼다. 18일 소비자 37명이 제기한 집단 소송의 대리인인 강용석 변호사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집단 소송은 변호사에게만 유리하며 패소해도 500만~1,000만원은 변호사의 소득으로 남는다’는 등 본인들은 잘못이 없는데 강 변호사가 소송을 부추겼고 변호사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니 당장 이탈하라고 걱정까지 해준다.

기자간담회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문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는 임블리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남 탓만 한다면 이전 수준만큼의 신뢰를 회복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diver@sedaily.com

변수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