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Science&Market] 수돗물 공포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노후 수도관 교체하고 부식방지 노력 필요

IT기술 접목해 수돗물 공급 효율성 높여야"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인천의 붉은 수돗물은 정수장 관리 실패로 발생한 인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와 인천시의 늑장 대응으로 50만명의 주민들이 괜한 고통에 시달렸다. 서울에서도 40년이 넘은 노후 수도관에서 붉은 수돗물이 쏟아져 나왔다. 학습효과 탓인지 서울시장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저수조(물탱크)를 모두 없애겠다는 비현실적인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상식적인 노후 수도관 교체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정부가 뒤늦게 밝혀낸 붉은 수돗물의 정체는 상식을 벗어나지 않은 것이었다. 철제 수도관 내부에 붙어 있던 녹이 떨어져 나와서 발생한 ‘붉은 녹물’이었다. 원인도 확실하게 밝혀졌다. 정수장의 정비 때문에 평소 자주 쓰지 않던 대형 관로에 수돗물을 역류시킨 것이 발단이었다. 역류시킨 수돗물을 임시로 넣어두었던 정수장 저수조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엄청난 양의 녹도 문제가 됐다.

정부와 언론이 지난 2012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붉은 수돗물’과 ‘적수’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이다. ‘녹물’이라는 표현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보겠다는 것이 수도사업소의 순진한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입장은 달랐다. 낯선 ‘붉은 수돗물’이 혼란과 공포를 증폭시켜버렸다. 혹시라도 붉은색의 인체 유해물질이 유입된 것이 아닌지를 걱정하게 됐기 때문이다. 붉은 수돗물에 대한 간이 수질검사에서 철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인천시의 어설픈 중간발표도 주민들의 의혹과 불안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됐다.


수질 기준을 만족하지만 마시도록 권고하지는 못하겠다는 인천시의 최종발표도 어처구니없는 자가당착이다. 수돗물은 ‘수도법’과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생산·공급하는 물을 말한다. 환경부 장관이 고시하는 59개 항목의 수질 기준을 만족하는 수돗물은 주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는 뜻이다. 물에 떠 있는 녹 가루가 보일 정도라면 수질 기준을 만족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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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가 어려운 저수조(물탱크)를 모두 없애겠다는 서울시장의 발언도 지극히 부적절한 것이었다. 저수조는 단순히 낮은 수압 때문에 설치한 것이 아니다. 단독주택의 저수조는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면 화재·폭발의 위험이 있던 과거 연탄·기름보일러의 안전장치였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된 수세식 화장실을 위한 시설이기도 했다. 요즘 단독주택에 직수 연결이 가능해진 것은 가스보일러에 단수를 대비한 전자식 안전장치가 부착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층건물에는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저수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녹이 잔뜩 슬어 있는 노후 수도관은 지속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물론 수도관의 부식 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수질오염을 고려해서 정수장의 시설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벽을 세우고 지붕을 덮어서 미세먼지와 오염된 빗물의 유입도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수돗물의 공급에도 정보기술(IT)을 접목해 효율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소비자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많은 가정에서 활용하고 있는 정수기·연수기의 필터가 변색됐다고 무작정 겁을 낼 이유가 없다. 필터의 변색은 정수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뻘건 녹물이 아니라면 깨끗한 필터가 장착된 정수기나 연수기를 통과한 수돗물은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 수돗물의 미생물 증식을 막아주는 염소도 무작정 겁낼 이유가 없다. 옥내 수도관과 저수조의 관리는 소비자의 몫이라는 사실도 분명하게 기억해야 한다.

휘발유보다 비싼 생수는 경제적으로만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생수의 생산·유통·소비가 환경에도 심각한 부담을 준다. 생수의 사용을 줄이고 수돗물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돗물에 대한 괜한 거부감은 사회적·환경적으로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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