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강에다 저출산까지 겹치며 기업 채용이 축소되는 가운데 일자리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제약·의료기기 등 바이오헬스 분야다. 제약·바이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신성장동력이자 부가가치가 큰 업종이다. 경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인구 고령화와 건강수요 증가함 등에 따라 시장 규모가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인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소위 ‘핫한’ 업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업계 일자리 박람회로 자리매김한 ‘2019 제약바이오산업 채용박람회’가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채용박람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 3개 단체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취업 준비생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박람회 규모를 두 배로 키운 것이다. 이번 박람회는 지난해 채용박람회보다 큰 규모의 전문 전시장에서 진행되며, 참가 기업도 지난해 제약·바이오기업 47곳, 정부기관 3곳, 특성화대학원 3곳에서 올해 약 80곳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참가 인원도 지난해 약 7,000명에서 올해 1만명을 웃돌 전망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박람회를 통 각 회사 인사 담당자를 만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영업, 개발, 연구, 품질관리 등 지원 분야별 컨설팅도 제공된다. 개인의 역량과 성향, 경험 등을 분석해 취업 전략을 수립하도록 도움을 주는 취업전략 컨설팅,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본인이 가진 재능과 지식을 잘 드러낼 방법을 조언하는 면접 이미지 메이킹 등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 있다.
채용 박람회 규모가 대폭 늘어난 이유는 제약·바이오업계가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전문인력이 대거 필요한 신성장 분야이기 때문이다. 제네릭(합성의약품의 복제약)부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혁신 신약 등 약 하나를 개발하기까지 연구개발(R&D)부터 임상 기획, 생산 공정 등 다양한 분야 인력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을 핵심 과제로 삼은 정부의 정책 기조와 업계의 인력 수요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평균 고용증가율은 2.7%로 제조업(1.3%)의 두 배에 달한다. 2017년 제약바이오산업 종사자는 9만5,224명으로 지난 10년간 무려 2만118명이 늘었다. 정규직 비율도 94.9%로 전 산업 평균(67.1%)을 월등히 넘어섰고, 연구개발 인력 1만2,000여명 가운데 석·박사급 고급인력이 71.5%에 달한다.
제약회사의 공채 절차는 다른 업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서류전형→인적성검사→1차 실무자 면접→2차 임원 면접 순서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동아쏘시오홀딩스, 종근당, 유한양행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있다. 불합리한 차별을 초래할 수 있는 사진, 학력, 어학 점수, 출신 지역 등을 없애고 이름과 연락처 등만 서류에 기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주로 R&D 분야를 제외한 직군에 적용된다. 한발 더 나아가 한미약품, JW중외제약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채용부터 인공지능(AI) 인적성 검사를 처음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원자가 웹 카메라를 이용해 컴퓨터로 인적성 면접을 받는 방식이다. 채용 직군의 상당 부분은 약학, 생명공학, 화학 등 관련 학과의 전공자를 우선한다. 임상 분야의 경우 의학, 간호학, 수의학 등을 전공한 지원자도 가산점을 준다. 회계, 인사, 총무, 법무 등 관리직에서는 상경, 법학과 같은 인문 계열 졸업자도 지원할 수 있다.
면접에서는 업계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질문이 단골로 출제된다. 특히 국내 제약·바이오업체가 해외 판로 개척에 사활을 걸면서 국제적인 감각을 가진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면접 과정에서도 지원자의 글로벌 역량을 가늠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업계 인사 담당자들은 입을 모았다. 따라서 취업 지원자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각 업체의 주력 제품과 경쟁제품, 의약품별 국가 점유율 등 바이오산업의 국제적 흐름에 대한 이해도나 자신의 국제적 감각을 강조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30년까지 바이오헬스 산업분야에서 3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제약바이오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적극 육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업체에서는 훌륭한 인재를 입도선매하는 게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앞으로 채용 열기는 꾸준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