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토요워치] 현대판 왕의 휴가는…

국정현안 챙기고·정책 구상에

정재계 킨십하며 힐링까지

文, 경호 쉬운 해군 휴양지 선호

트럼프,마러라고리조트서 골프

習, 베이다이허서 지도층 회동

푸틴 시베리아자연서 아웃도어

아베는 야마나시현의 별장 즐겨

마크롱 브레강송요새서 회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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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가지 말라. 도대체 왜 휴가를 가나? 자기 일을 즐기지 못한다면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억만장자 기업인이던 지난 2004년 당시 자신의 저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에서 17일간의 장기휴가를 보냈다.


국정 운영에 눈코 뜰 새 없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다. 현대판 ‘왕’에 비할 막강한 권력과 세계를 움직이는 영향력을 가진 주요국 정상들이 어떻게 휴가를 보내는지는 늘 궁금증의 대상이 된다. 미국 대통령들은 유독 골프장에서 휴가를 즐긴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여름철에는 뉴저지, 겨울에는 플로리다의 마러라고리조트에서 열흘 이상 시간을 보낸다. 주말에도 틈만 나면 골프장행이다. 그 못지않은 골프 마니아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하와이 골프장을 자주 찾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해마다 야마나시현의 별장에서 골프를 치며 조용히 국정운영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우 휴양도시 베이다이허에서 해마다 지도층과 회동하며 현안을 논의하는 ‘국정구상형’이다. 또 다른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베리아의 대자연에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것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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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하는 휴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어느 정상이든 휴가를 오롯이 보내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업무형 휴가’라는 표현이 맞을 만큼 창밖 풍경만 바꿔 보낸 경우가 많다. 휴가지에는 정재계 인사들이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남부 브레강송 요새에 있는 대통령 별장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을 정도다. 천재지변이나 테러, 국내 정치논란 때문에 휴가 일정을 급하게 바꾸거나 중도에 복귀하는 정상들도 부지기수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여름휴가 직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습 발사로 휴가를 미뤄야 했다.

정상들의 휴가는 때로 비용 논란에 시달리기도 한다. 세계적 부호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지난 2017년 모로코에서 한달 휴가비로 1억달러(약 1,000억원)를 썼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000명에 달하는 수행원을 대동한 그의 당시 휴가비는 모로코 연간 관광수입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의 혈세로 휴가를 가는 경우에는 논란이 더 커진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중해의 여름별장인 브레강송 요새에 3만4,000유로를 들여 수영장을 설치해 빈축을 샀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최소 87차례의 라운딩 비용을 대느라 세금 1억달러 이상을 썼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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