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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값 다시 두자릿수 하락…6개월새 54% 빠지며 3달러 위협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서울경제DB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서울경제DB



D램 고정거래가격이 두 달 만에 다시 두자릿수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3달러마저 위협받고 있다. 올 들어 6개월 연속 떨어져 낙폭이 54.3%에 이른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불확실성 증가로 서버 투자 등이 미뤄지며 가격하락 속도가 빠르다. 그나마 낸드플래시는 보합을 기록해 7개월 연속 하락을 멈췄다.

28일 시장조사 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Gb D램 제품의 6월 가격은 평균 3.31달러로 전달 대비 11.73% 하락했다. 지난달 4달러선이 붕괴된 데 이어 3달러 초반대까지 무너졌다. 지난해 말 개당 7.25달러에서 반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D램 가격은 지난 2016년 6월 2.94달러로 3달러대가 무너진 후 3년 만에 다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낸드값 3년來 최저…내년 하반기 돼야 회복

무역戰 불똥…재고도 여전히 많아

하반기에 더 심하게 요동칠 듯


S&P, 하이닉스 신용등급 전망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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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5A18 D램 가격추이 (1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의 범용제품인 128Gb MLC는 전달과 같은 3.93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부터 계속 빠졌던 가격이 7개월 만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낸드 가격은 2016년 9월(3.75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최근 통상분쟁이 D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통상갈등이 격화하면서 올 하반기 D램 가격은 더 심하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시장과 관련해서도 “주요 업체들이 생산물량을 줄이고 이동통신 업계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봤다.

업계는 시장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심각해지는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가 우려되거니와 반도체 분야로 불똥이 튀고 있어 부작용을 가늠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회복 시기도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디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당초 10%로 예상했던 3·4분기 D램 가격 하락폭을 최근 10~15%로 조정했다. D램 가격이 3·4분기부터 차츰 회복될 것으로 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화웨이 스마트폰·서버 제품 출하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마이크론이 분기실적을 발표하면서 D램과 낸드의 웨이퍼 투입량을 각각 5%, 10% 줄이고 오는 2020년 설비투자를 ‘현저히’ 축소하겠다고 언급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국내 기업의 경우는 아직 라인 공정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마이크론은 기존보다 D램은 5%, 낸드는 10% 공급을 줄이겠다고 밝힌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업황도 올해처럼 투자를 크게 줄여야 할 정도로 어둡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나마 메모리 3강으로 꼽히는 마이크론이 선제적 공급조절에 들어간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만큼 수급상황이 좋지 않다. 재고 소진도 여의치 않다는 게 이달 메모리 가격으로 다시 확인된 셈이다. 낸드의 경우 도시바 정전 사고로 수급에 일부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돌발 변수인 탓에 정확한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낸드의 경우 이미 지난해 4·4분기부터 상당수 기업이 손익분기점도 못 맞출 정도로 이익이 하락했다. 도시바 사고가 호재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메모리뿐 아니라 경기를 상대적으로 덜 타는 비메모리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에 비해 사실상의 메모리 기업인 SK하이닉스에 대한 이익전망을 갈수록 낮추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올 4·4분기 하이닉스의 적자 전환까지 예측하고 있다. 그만큼 초호황 국면 이후 꺾인 메모리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잉여현금 흐름이 적자를 보이면서 향후 SK하이닉스 차입금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SK하이닉스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췄다. 업계의 한 임원은 “D램 가격이 다시 크게 떨어져 불안하다”며 “업황이 시계 제로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반화웨이 움직임으로 특히 스마트폰 시장이 흔들릴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주요20개국(G20) 회의 결과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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