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떠나 이곳 양평군 용문면에 정착한지 3년이 됐다.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 하나로 가족을 설득해 용감한 결정을 내렸다. 남들은 왜 그 먼 곳까지 가느냐고 하지만 마음은 이미 그 길을 가고 있었다. 출퇴근, 학교, 생활시설 등 모든 것이 도시와 비교하면 불편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아이들한테 미안했다. 시골에 와서 도시의 다양한 문화 혜택을 못 받고 자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다. 아내도 미덥지 못한 남편 탓에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그래도 삶은 계속되기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3년을 보냈다. 그 기간 동안 우리 가족은 무엇을 얻었을까. 도시의 생활과는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집이란 무엇일까. 마당에 심어 놓은 나무들, 주변 곳곳 자라난 풀들, 창 너머 보이는 옥수수 밭, 배 과수원, 봄바람에 실려 오는 아카시아 향기, 이 모든 것들이 도시와 다른 점이다. 이러한 환경이 정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판단할 문제이다. 풀이나 벌레를 싫어한다면 전원생활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에서 살 때와는 달리 몸을 움직여야 할 일도많이 있다. 잔디를 깎거나 피곤하지만 강아지와 산책도 해야 하고 흙도 퍼 날라야 한다. 수고로운 일들이 늘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도시와 달리 자주 하늘을 바라볼 기회가 많아지는 건 큰 위안이 된다. 유난히 더 밝아 보이는 별빛, 지붕 끝에 걸린 달, 운이 좋으면 여름밤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는 멋진 순간도 함께.
지붕 사이로 달빛이 환하다. 반려견은 아침에 산책 나가는 게 가장 편안하다고 한다. 잠도 덜 깬 상태로 새벽 산책을 나섰다. 지붕 사이로 달빛이 환하다. 전원생활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 아내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이젠 아파트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단다. 그래서였을까.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아내의 말에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두 번째 집을 지을 터를 찾았다. 같은 경기도 양평이고 조그마한 마을인데 그 곳 이장님을 통해 땅을 소개받았다. 집 한 번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데 그 짓(?)을 또 하려고 한다. 마이너스 대출 등을 통해 땅값을 내고 집은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놨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아야 건축비용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도 아닌 전원주택을 거래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게다가 두 번째로 구입한 땅은 첫 번째와 달리 맨땅(田인 상태)이다. 보통 전원주택 시행사가 건축이나 토목허가를 받아놓기 때문에 건축주는 집만 지으면 된다. 이번엔 상황이 달라져 건축 진행 과정을 일일이 건축주가 관여해야 한다. 첫 번째와 달리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영원히 살 집을 짓는다는 설렘으로 또 다른 도전을 나선다. 전원의 로망을 꿈꾸는 예비건축주들에게 집이 완성되는 그 날까지 자세한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단계인 집을 설계해 줄 건축가와의 만남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