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오른쪽 두번째) KT 회장이 27일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초등학교에서 열린 ‘DMZ 대성동 5G 빌리지’ 개소식 후 ICT솔루션을 활용한 수업을 보고 있다./사진제공=KT군사분계선과 불과 400m 떨어진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 마을회관 옥상에 설치된 ‘증강현실(AR) 통일전망대’ 화면의 ‘개성공단’ 버튼을 누르니 800만화소 폐회로(CC)TV가 최대 36배까지 확대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회사 간판 글씨는 물론 걸어 다니는 사람의 손짓까지 또렷했다. 정면으로는 서로 국기게양대 높이 경쟁을 벌인 북측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와 그 옆에 우뚝 선 흰색 탑의 선전문구도 AR 통일전망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7일 남한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주거지역 대성동에서 ‘DMZ 대성동 5세대(5G) 빌리지’ 개소식이 열렸다. 46세대 197명이 모여 사는 대성동은 평소 마을 주민과 공동경비구역(JSA) 장병들 뿐인 고요한 동네지만 이날만큼은 KT(030200)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으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러 온 외부인들로 마을 축제가 열린 듯 했다.
마을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맡을 마을회관은 1층부터 옥상까지 구석구석 첨단 기술로 채워졌다. 1층에 들어선 ‘5G 사물인터넷(IoT) 통합관제실’에서는 46곳 가정 전체에 설치된 스마트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에너지, 노지 스마트팜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했다. ‘스마트 LED’에는 비상벨과 방송 기능이 탑재돼 재난이 발생했을 때 바로 상황을 전파할 수 있다. ‘기가 에너지 매니저’로는 마을 내 주요 전기 시설을 원격 조종하고 고장이나 오작동으로 인한 전력 낭비도 막는다. 밭에는 ‘노지스마트팜’이 적용돼 집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자동급수시설을 작동하고 토양상태를 확인한다.
마을회관 2층은 가상현실(VR)로 실시간 라이브 스포츠와 영화·예능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주민 쉼터가 생겼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요가나 헬스를 하고 싶어도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강사를 불러오기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이제는 원격으로 어떤 활동이든 할 수 있다.
ICT의 또 다른 거점은 초등학교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과 혼합현실(MR) 기술을 적용한 스포츠 체험, 콘텐츠 제작을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졌다. 아이들은 4차산업혁명 기술자나 1인 크리에이터 등의 꿈을 키울 수 있고, 학년 당 5명 안팎의 인원 부족으로 평소 꿈꾸지 못하던 스포츠나 게임 대항전도 멀리 다른 지역 친구들과 겨뤄볼 수 있다.
대성동 마을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기까지 난관도 적지 않았다. 출입시간이 정해진데다 KT 직원의 동선을 따라 군 병력도 조를 짜 움직였다. 기지국을 하나 올리기 위해 유엔사의 사업 승인과 군의 작전성 검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 전파 시험 등을 일일이 거쳐야 했다. 보안 등의 이유로 국내 5G 전파가 국경을 넘어가면 안되기 때문이다.
‘DMZ 대성동 5G 빌리지’ 개소식이 열린 27일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초등학교에서 ICT솔루션을 활용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제공=KT마을에 초고속인터넷을 설치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IT서포터즈를 꾸준히 보내 교류한 KT는 마을과 협력해 걸림돌을 하나씩 풀어가며 DMZ 마을 내 첫 5G를 구축했다.
대성동 주민들은 5G가 안겨주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면서도 바로 눈앞에 보이는 기정동 주민들과 최신 ICT 기술을 함께 나누고 싶어 했다. 김태유 대성동마을 노인회장은 “하루빨리 전파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기가 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파주=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