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66년 대결의 상징서 평화 상징 된 판문점

1951년 널문리 주막에 세워진 천막

文-金 이어 트럼프-金도 손잡아

판문점은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동시에 평화 공존의 열망이 깃든 곳이다. 1976년 8월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 중 발생한 일명 ‘도끼만행사건’./연합뉴스판문점은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동시에 평화 공존의 열망이 깃든 곳이다. 1976년 8월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 중 발생한 일명 ‘도끼만행사건’./연합뉴스



지난해 4월27일 남북 정상에 이어 30일 북미 정상이 역사상 처음으로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나들고, 심지어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나란히 서는 모습까지 연출된 판문점은 지난 66년 동안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대결·분쟁의 상징에서 평화로 바뀌고 있다”며 판문점의 아픈 역사에 마침표가 찍히고 평화의 새 장이 열릴 것임을 예고했다.


판문점의 역사는 휴전 협상이 시작된 지난 195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휴전을 위한 회담은 개성 북쪽 고려동에서 열렸으나 주변에서 북한군의 무력시위가 잇따르자 국제연합군이 회담 장소를 옮길 것을 북측에 제의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이 새로 물색해 제안한 장소가 널문리 주막마을이다. 당시 행정구역으로 따지면 경기도 장단군 진서면 선적리와 개풍군 봉동면 발송리 사이에 해당한다. 서울에서 직선거리 52㎞, 평양에서 147㎞, 개성공단에서 8㎞ 떨어진 지점이다. 북측의 제안을 국제연합군이 받아들이면서 같은 해 10월22일 널문리 주막마을에 협상을 위한 천막이 등장했다. 판문점이라는 명칭은 중국 측이 널문리 주막마을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생겨났다. 판문점은 남쪽 땅도, 북쪽 땅도 아닌 공동경비구역(JSA)으로 불린다. 북쪽은 북한이, 남쪽은 유엔군 사령부가 관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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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하고 있다. 남북 정상이 나란히 서서 공동 발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하고 있다. 남북 정상이 나란히 서서 공동 발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판문점은 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장소였지만 남북은 물론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냉전체제 대결의 상징이었다. 1968년 1월23일 북한은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를 납치했다. 북미 전쟁 발발의 위기감이 커졌지만 28차례에 걸친 비밀 협상 끝에 북한은 11개월 만에 미국인 승무원 82명을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냈다. 1976년에는 판문점에서 처음으로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바로 8·18 도끼만행 사건이다. JSA ‘돌아오지 않는 다리’ 인근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유엔사 경비병들을 북한군들이 도끼로 내리쳐 미군 장교 2명을 살해했다. 당시 일본에서 휴가 중이던 주한미군 사령관이 전투기를 타고 돌아왔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판문점에 군사분계선이 그어졌다. 판문점에서 평화와 화해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적도 있다. 1998년 6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민간인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향했다. 정 명예회장은 소 500마리를 트럭에 실어 북으로 가져갔다. 남북 교류의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4월27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최고 지도자가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함께 오고 갔다. 불과 5㎝ 높이에 불과한 군사분계선이었지만 손을 잡고 함께 그 턱을 넘는 데 65년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연합뉴스


이어 1년 2개월여 만에 한국전쟁 휴전 협정의 당사자인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을 찾아 군사분계선을 넘고, 북한 정상과 손을 잡았다. 판문점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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