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국가암검진으로 시행되는 폐암검진이 불필요한 검사와 수술을 야기해 오히려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의료계 일각에서 나왔다.
이정권 성균관대·이용식 건국대 의대 교수 등 의사 7명으로 구성된 과잉진단예방연구회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폐암검진은 의료의 본질을 망각한 위험한 정책으로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달부터 만 54∼74세 국민 중 30갑년(하루 한 갑 기준 30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폐암검진을 실시한다. 폐암을 조기에 발견해 국민 의료비를 절감하려는 취지다.
연구회는 “미국 폐암검진 임상시험에 의하면 검진 참가자의 약 25%는 가짜 폐암환자로 나타난다”며 “폐암검진이 오히려 가짜 암환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구에서 폐암 검진을 받은 고위험군 1,000명 중 351명은 음성(폐암이 아님)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양성(폐암)으로 잘못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위양성(가짜 폐암) 환자 중 3명은 침습적 조직검사로 합병증이 발생하고 1명은 사망했다.
연구회는 또 “폐암 검진은 특히 위양성 진단율이 높다. 암이 아닌 환자가 추가검사, 조직검사, 수술까지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드물지만 사망도 각오해야 한다”며 “이런 위험성을 도외시하는 것은 의료윤리에 어긋나는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연구회는 또 폐암검진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가 폐암 검진을 통해 폐암 사망률을 20% 낮춘다고 홍보하지만 이는 상대적인 감소율이며 실제 흡연자가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을 5%에서 4%로 낮출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폐암학회와 보건복지부는 국가 폐암검진으로 사망률이 높은 폐암의 조기발견이 가능해져 사망률을 낮추는 등의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인광호 폐암학회장(고대 안암병원)은 “2002년부터 10년간 시행된 미국의 대규모 연구에서 폐암검진에 따른 스크리닝 효과가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국가검진이 추진됐다”며 “연구회가 제기한 검진에 대한 우려는 해외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사망률 감소 등의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학회는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국가 폐암검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이끌어온 김열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실장(국가폐암검진중앙질관리센터장)은 시범사업 결과 폐암검진 효과가 충분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1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에서 7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가운데 68.4%가 조기폐암으로 나타났다”며 “미국과 달리 엄격한 진단기준을 마련해 적용한 결과 위양성 환자도 14%로 낮은 편이어서 충분히 효과가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폐암검진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대상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결정한 정책”이라며 “과잉진단이나 위양성 환자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검진기관을 제한하고 판독 의사는 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질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