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 우리 기업은 누가 지켜주나

-이재용 산업부 차장

일본 정부가 4일부터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섬에 따라 우리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은 쌓아둔 재고로 버틴다지만 수출 규제가 길어지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일본은 수출 규제 품목 확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판결에 대한 명백한 정치적 보복행위다. 일본이 정치적 목적에 무역을 끌어들인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자국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 대처하는 양국 정부의 행동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수출 규제에 나선 것이 한국이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판결 이후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경제적 피해가 가시화하자 수출 규제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 법원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등 일본 강제징용 가해 기업의 압류 자산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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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이 다가오고 있어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일본 기업의 경제활동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적절하게 여러 대응을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자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경제적 피해를 입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이 정치적인 문제로 안방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떤가.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징후가 지난해 말부터 나타났지만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사태가 터진 후 내놓은 대책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수입선 다변화, 반도체 소재·부품 투자 등 실효성 낮은 방안들이 전부다. 자국 기업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자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해 보복 방안을 내놓은 일본 정부와 뚜렷하게 대조된다.

기업들이 경제 외적인 문제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더구나 국내 기업들은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때 우리 정부가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이 막대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아픈 경험도 있다.

일본은 물론 미국·중국 등 각국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에 혈안인 가운데 우리 정부만 이를 등한시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정부가 기업의 든든한 방패가 돼주지 못한다면 기업은 자국을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번 사태로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하루라도 빨리 보여주기를 바란다.
/ jylee@sedaily.com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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