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상반기에만 퇴직연금 및 연금저축 등 연금계좌에서 공모펀드에 투자한 자금이 1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불안한 장세 탓에 공모펀드의 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금계좌가 숨통을 터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연금 특성상 채권형 펀드와 노후대비용인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인컴형 펀드로 자금이 몰렸다.
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퇴직연금 클래스를 통해 공모펀드에 유입된 자금이 1조3,349억원, 연금저축펀드 클래스를 통한 유입은 4,845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금계좌를 통해 올 상반기에만 1조8,194억원의 돈이 들어온 셈이다.
연금계좌를 통한 자금 유입은 매년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 2016년 2조184억원의 유입액은 2017년 2조8,377억원, 지난해 4조2,63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반기에 자금 유입이 더 많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급증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순자산은 연금저축이 11조7,085억원, 퇴직연금이 15조9,396억원으로 총 27조6,481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퇴직연금을 통해 유입된 자금은 주로 채권형과 TDF에 집중됐다. 초단기채, 일반채, 회사채 펀드에 6,634억원이 몰렸으며 해외채권형에도 3,511억원이 유입됐다.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채권형을 선택한 셈이다. 가장 많이 유입된 펀드는 동양하이플러스채권펀드로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합쳐 올해 신규 설정액이 2,725억원에 달했다. 이 펀드는 순자산이 3조원을 넘는 국내 최대 채권형 공모펀드다. 안종진 동양자산운용 팀장은 “지난해 말 국내외 불안한 장세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안정적 이자 수익뿐만 아니라 금리 인하에 따른 차익도 추가로 챙길 수 있는 채권형에 연금을 묻어두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유진챔피언단기채펀드·한화코리아밸류채권펀드 등도 인기가 높았다. 국내 채권의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해외채권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늘었다. 올 들어 5.7%의 수익률을 기록한 삼성글로벌채권펀드에도 526억원이 유입됐다.
연금 맞춤형 상품인 TDF에도 연금계좌를 통해 올 들어 3,552억원이 유입됐다. TDF 중에서는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와 미래에셋자산배분 TDF에 각각 265억원, 204억원이 유입됐다. 또 해외 배당형 펀드나 인컴형 펀드가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며 자금을 흡수했다.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펀드는 16%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으며 미래에셋평생소득TIF혼합자산도 8%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자금몰이에 나섰다.
공모펀드 시장이 연금펀드로 쏠리면서 운용사들도 연금에 적합한 상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올해 2개 운용사가 TDF를 신규로 출시했고 퇴직 이후를 겨냥한 인출식연금펀드(RIF) 등의 신상품도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