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日 추가보복 할라...시중銀 도쿄지점 '비상계획' 가동

자금회수 우려할 수준 아니지만

현지 추진 신사업 차질 가능성

"日자금 빠져도 문제없다" 발언

정부 넘어 민간까지 자극할수도

"금융당국 신중 대응을" 목소리

“당장 추가 보복 카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한국계 은행이나 기업에는 폭풍전야와 같은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아직 직접적인 피해사례가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지난주부터 고객사들의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A은행 도쿄지점장)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일본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지점은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을 가동하는 등 송금규제와 같은 추가 보복에 따른 대응에 나섰다. A은행 도쿄 지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지 교민사회부터 한국 기업들까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피해사례는 접수된 게 없다”며 “가능성은 낮지만 일본 정부가 언급한 추가제재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일본계 은행이 한국의 은행과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빌려준 금액은 586억달러(약 69조원)에 달한다. 특히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은행들이 자산건전성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국내 여신을 크게 줄이는 상황에서 자금회수나 동결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체조달 창구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일본 은행들이 대출만기 연장을 거부하더라도 만기 시점이 제각각이어서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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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지점장은 “양적 완화의 여파로 일본계 은행의 유동성이 급격하게 늘었고 최근 2~3년간 한국 대기업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는데 갑작스럽게 여신 규모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주로 일본계 은행을 통해 처리하는 신용장 거래나 수출입금융을 중단하더라도 국내 은행들로 충분히 대체 가능해 피해가 크지는 않다”고 전했다. 지점장들은 개인이나 기업의 송금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자금 목적 증빙 절차를 까다롭게 해 송금을 지연시킬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10월 일본 금융사에 대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실사를 앞두고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송금규제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는 비판을 피하면서 우리 기업이나 재외 한국인을 압박할 수 있는 조치라는 것이다. C 지점장은 “FATF에서 한국계 은행의 문제점이 적발될 경우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본점 차원에서도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은 일본에서 추진하는 신사업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1일 후쿠오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해 본격적인 영업활동에 나서고 있고 본점 차원에서 일본 지점과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한 항공기 금융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추진 중이다. 현지 기관들이 국내 은행과의 협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직 시중은행 도쿄 지점장 출신의 한 금융권 인사는 “일본 자금을 다 빼가도 돈 빌릴 데가 많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당국자의 발언은 오히려 일본 정부는 물론 민간 기업이나 금융기관까지 자극할 수 있다”며 “일본 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제재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고 결국 쌍방에 실익이 없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 굳이 정부가 나서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국내 은행이나 기업에 신규 대출 및 만기 연장(롤오버)을 안 해줄 수 있는데 그런다 해도 대처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발언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도 인슈어테크 세미나 기조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내에 풀린 일본은행 자금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얼마든지 대체조달이 가능해 우리 금융산업에 취약한 부분이 나타날 우려가 거의 없다”며 일본을 되레 자극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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