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공격보다 수성 택한 김기홍..."연고 중심 내실경영 할 것"

김기홍 JB 회장 '취임 100일' 간담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JB금융지주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JB금융지주



지난 2006년 2월 당시 김기홍 KB국민은행 전략그룹 부행장은 “우리은행이 영업점을 100개 이상 늘리는 등 시중은행이 강한 확장 전략을 구하고 있다. 하지만 ‘펜’이 ‘칼’보다 강하다”며 전국 영업점장 전략회의에 참석한 영업점장들에게 고급 볼펜을 선물해 화제가 됐다.

13년이 흐른 2019년 7월9일, 그는 JB금융그룹 회장 취임 100일을 맞아 그동안의 공격경영을 접고 내실 다지기로 선회했다. 전임 행장의 업적 지우기라는 오해도 많이 샀지만 내실 없이 외형 성장만 추구하는 것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김 회장은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은행의 핵심가치는 연고 지역에서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그는 JB금융 계열인 전북·광주은행이 공들여온 수도권 사업을 재검토했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포는 이웃 점포로 통폐합했다. 그는 “수도권에서 점유율을 1% 높이는 것이 전남 지역에서 9% 높이는 것과 같다면 기왕이면 연고 지역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려 지방 금융지주 본연의 가치를 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이름없는 은행이 되기보다 지역의 강소 금융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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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지방을 연고로 하는 지방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은 전국적 영업망을 가진 시중은행과 태생적으로 다르다”며 “시중은행 계열의 금융그룹에 비해 규모의 경쟁은 할 수 없지만 내실 경쟁은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는 국내 금융계 중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은 가장 높은 수준의 금융그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비전을 충분히 제시했고 달성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이후 조직개편을 통해 지주 인력을 30%가량 줄여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영업점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연초 계획했던 예산의 30% 이상을 절감했다. 그는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지방 연고의 금융그룹이 살아남는 방법은 내실경영뿐”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5월 김 회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에 금융감독위원회와 SC제일은행 출신의 권재중 부사장, 리스크관리본부장(CRO)에 금융감독원과 KB캐피탈 출신의 이승국 상무를 각각 선임했다. 조직의 재무와 내부통제를 총괄하는 자리에 외부인사를 영입하면서 논란이 됐다. 김 회장이 전임 회장 사람들을 대폭 물갈이하고 자기 사람으로 채우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김 회장은 “이전 CFO와 CRO 모두 은행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었고 선진 금융기관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가 필요했다”며 “김 전 회장과 관련 없이 우리 금융그룹을 잘 끌고 가려면 전문성이 뛰어난 분들을 모셔 같이 경영을 해야만 목표를 이루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보통주 자본비율인 9.5%를 달성해야 하고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친화정책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 기회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남아 시장에서 추가 M&A 가능성도 내비쳤다. 13년 전 영업점장에 ‘펜’을 선물했던 김 회장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관심이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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