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후분양할 이유 없어졌다"…퇴로 막힌 재건축단지 우왕좌왕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후폭풍-강남권 분위기는]

"다른 칼날 또 있을지 몰라"…적용시기·방식에 촉각

"수익률 하락땐 수주열기 확 식을것" 공급부족 우려

"당장 얼어붙겠지만 결국 집값 오를것" 시장은 덤덤

9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한 중개업소 벽면에 19억1,000만원(전용 84㎡) 매물이 붙어 있다. /권욱기자9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한 중개업소 벽면에 19억1,000만원(전용 84㎡) 매물이 붙어 있다. /권욱기자



# “조합원들 분위기가 매우 안 좋습니다. 조합 사무실로도 전화가 많이 오고요.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문의 외에 규제 일변도의 정부를 비판하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정부가 언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다고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아니니 기다려봐야겠지만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조합 관계자)

# “일단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아직 호가를 내리는 집주인은 없습니다. 정책이 여러 차례 발표됐지만 효과가 좀 가다 말았잖아요. 학습효과로 시장 플레이어들도 내성이 생긴 것 같습니다.” (개포동 B공인중개사)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 아파트로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9일 기자가 찾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후분양을 고려했던 단지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상한제는 선분양·후분양 상관없이 일괄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정확한 시행 시기와 방식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라 혼란은 더욱 크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중개업소 관계자나 매물을 보러온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상한제 확대가 시행되면 시장이 위축되는 등 단기적 효과는 있겠지만 결국에는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후분양 검토하던 강남 재건축 단지 ‘혼란’=정부의 분양가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이자비용을 무릅쓰고 후분양을 선택한 단지들은 이번 발표로 퇴로가 막혔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신반포3차·반포경남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어느 수준의 분양가를 요구할지 걱정된다”며 “조합원 분양가가 3.3㎡당 4,900만원가량 책정됐는데 일반분양을 이보다 더 싸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하지만 현재로서는 상황을 주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송파 잠실미성크로바 조합 관계자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 관망 중”이라며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소급적용에 따른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흑석3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착공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분양가상한제로 시공사와 후분양 협상이 더 힘들어졌다”며 “현 상황에서 무엇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흑석 9구역 관계자는 “오는 8~9월께 세부계획을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그것만 개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단순한 분양가 억제 외에 다른 칼날을 숨겨둘지 몰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건설 업계도 수익성 악화를 고민하고 있다. 디벨로퍼 업계 관계자는 “민간사업자 입장에서 분양가상한제로 수익률이 떨어지면 사업이 쉽지 않다”며 “요새 뜨거웠던 수주 열기도 식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땅값은 계속 상승하고 공사비도 오르는데 가격을 그만큼 받을 수 없다면 업체들이 사업에 나서겠느냐”며 “결국 이번 정책도 공급 부족을 부를 뿐”이라고 우려했다.







◇규제 엄포 놓아도…되레 집값은 오를 겁니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집값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회의적이었다. 일단 정부의 방침이 알려지면서 매수 문의가 잠잠해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결국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버티는 분위기이다.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인근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구매하시려는 분들이 기사 보고 조금 조정이 있지 않을까 하고 연락을 하는데 파는 분들은 되레 호가를 올리거나 보류하거나 둘 중 하나”라며 “강남권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114공인중개사 관계자 역시 “반포 1·2·4주구 등 분양을 앞둔 재건축 단지들에서 아직 특별한 반응이나 움직임은 없다”며 “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 새 아파트라 인기가 많고 호가도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호가는 아직 보합세다. 하지만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강남구 역삼동 재건축 단지인 개나리4차 인근의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조합원 매물은 나오는 게 없는데 찾으시는 분들은 아직 있다”며 “정부 규제 강도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결국 오르기는 오를 것 아니냐”며 “전화로 문의하는 수요자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선·이재명·권혁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