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치는 바다에서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헤엄치기 어려워요. 페트병·돗자리와 같이 물에 뜰 수 있는 물건을 이용해서 최소한의 힘으로 구조될 때까지 떠 있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한강 야외수영장에서는 생존수영수업이 한창이었다. 해양경찰이 마련한 이날 생존수영강습에는 서울 강북구 인수중학교 2학년 20여명이 참여했다. 학교 밖 야외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뜬 학생들에게 인천해양경찰서 한강파출소 박준흡 경장은 “수영 실력과 상관없이 생존수영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생존수영이란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물에 떠서 견디는 시간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수영을 못 하는 사람이라도 물에 오래 버티게 하는 게 관건이다. 지난 5월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침몰로 20여명이 넘는 한국인 관광객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생존수영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생존수영 강사로 나선 해경은 이날 구명조끼를 입고 수영장에 뛰어든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부터 벗겼다. 구명조끼 없이 바다에 뛰어내려야 할 위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구명조끼 없이 물에 뜨기 위한 첫번째 생존수영법은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물건을 이용한 방법이다. 박 경장은 참가 학생들에게 2ℓ짜리 빈 페트병 2병씩 나눠줬다. 페트병을 아랫배에 놓은 채 귀가 살짝 물에 잠길 정도로 하늘을 바라보고 누우면 물에 떴다.
돗자리에 올라타는 것도 생존수영 방법 중 하나다. 돗자리에 엎드려서 올라타거나 뒤로 올라 눕는 방식이다. 참가 학생들은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는 영화 ‘알라딘’의 주인공 같다며 물 위에서 돗자리가 뜨는 데 신기해했다. 박 경장은 “돗자리가 크면 아이 2명이 동시에 타도 물에 뜨지만 보통은 하나의 돗자리에 한 명이 타는 게 좋다”며 “부력의 크기가 줄어들긴 하나 작은 페트병을 이용해도 물에 뜰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트병은 물에 빠진 다른 사람을 구하는 용도로도 사용 가능했다. 페트병에 물을 3분의 1 담은 뒤 끈에 묶어 입수자에게 던지는 원리다. 던진 페트병에 입수자가 맞기라도 하면 더 당황할 수 있기 때문에 물이 흐르는 반대 방향으로 포물선을 그리면서 던지는 것이 좋다.
바다에서 부력으로 활용할 물건이 없으면 ‘몸’이라도 이용해야 한다. 물 위에서 팔을 ‘브이(V)’자로 펴고 다리를 일자로 모은 채 하늘을 보는 자세가 대표적인 방법이다. 참가 학생 중 몇몇은 얼굴을 물에 대고 눕는 자세가 편치 않아 몸이 가라앉곤 했다. 해경 관계자는 “눈에 물이 들어가도 괜찮지만 코와 입에 물이 안 들어가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한시간 반가량 진행된 강의에 학생들은 생존수영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석 군은 “원래 수영을 못했는데 생존수영은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며 “돗자리로 뜨는 게 가장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아영 양 역시 “수영을 할 줄 알지만 생존수영은 처음”이라며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에서도 잘 뜰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생존수영강습의 문은 학생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열려 있다. 박형규 인천해경 한강파출소장은 “지난해만 해도 중장년층에서 생존수영 강습을 예약해 온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올해는 50대부터 70대까지 중장년층에서 강습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해경 한강파출소는 다음 달 말까지 여의도 야외수영장에서 매일 오전·오후 두 차례 생존수영강습을 연다. 전화로 사전 신청하거나 현장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강습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