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와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에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공채형 펀드들이 이례적으로 높은 성과를 거둬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공채는 안정성이 높아 회사채·은행채 등보다 수익률이 낮지만 요즘 채권형 펀드에서는 국공채형이 회사채형 등을 비롯한 다른 유형을 압도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공채형 펀드는 금리 변동에 민감한 만기가 긴 채권들을 많이 담은 까닭에 최근 금리하락(채권 가격 상승)의 수혜를 크게 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국내 65개 국공채형 펀드들은 연초 이후 2.56%의 수익률을 냈다. 이는 국내 채권형 펀드 평균수익률(1.75%)을 웃도는 수준으로 회사채형(1.82%), 일반채권형(1.91%)보다도 월등하다. 특히 최근 1년간 수익률은 국공채형이 5.10%로 회사채형(3.37%), 일반채권형(3.69%)보다 격차가 더 벌어진다.
개별 상품별로 보면 국공채형의 수익률은 더 돋보인다. 현재 레버리지형을 제외하고 국공채형 중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는 ‘KB장기국공채플러스’로 연초 이후 4.90%, 최근 1년간 10.57%의 고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회사채형 중 성과가 뛰어난 ‘KBKBSTAR중기우량회사채’는 같은 기간 각각 2.29%, 4.17%의 수익률을 올렸다. 격차가 두 배가량 벌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각 유형이 투자한 채권의 만기가 수익률 격차를 가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시중금리가 하락기로 접어들 때 수익률은 빠르게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시중 금리는 빠르게 하락했고 국내 국공채형 펀드는 10년물을 비롯한 중장기물을 편입한 상품의 비중이 커 수익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반면 회사채 펀드는 투자한 채권의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경우가 많아 최근 금리 하락기의 수혜를 보는 데 제한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담당은 “국내 채권형 상품은 국공채형이 회사채형보다 시중 금리 변동에 민감도가 큰 것이 특징”이라면서 “국공채형이 회사채형보다 만기가 긴 채권을 편입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회사채 펀드 운용역들이 안전성을 우선에 뒀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채 위주로만 투자하다 보니 회사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 시중의 금리 하락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국공채형 펀드와 장기채권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면서 “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까닭에 회사채 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