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하이든·슈만이 숨겨둔 '유머코드' 들어볼까요"

■리사이틀 '유머레스크' 선보이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코믹·익살스러움부터

숭고함의 요소까지…

거장마다 다르게 해석

여러 모습 탐구하며 전율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



“유머란 현실로부터의 도피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감정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유머죠. 아스피린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미국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56)가 유머의 다양한 모습을 탐구하는 특별한 리사이틀을 선보인다. 그는 지난해 3월 첫 한국 독주회에 이어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12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두 번째 리사이틀 ‘유머레스크(Humoresques)’를 펼친다.

케너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오라카이스위츠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번 리사이틀에 대해 “작곡가들이 유머를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감명받아 이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유머의 속성으로 이해되는 코믹함, 익살스러움부터 위대한 낭만주의 소설가이자 철학가 장 파울 프리드리히 리히터가 ‘전도된 숭고함’이라고 표현한 것까지 유머의 여러 가지 측면을 탐구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하이든은 갑작스러운 기분의 변화, 구절의 중단, 과장이나 아이러니한 수사적 장치들을 사용해 유머를 표현했다. 로베르트 슈만은 낭만주의 작가 겸 철학자인 장 폴 리히터의 신조에 따라 익살스러움과 숭고함의 요소를 담았다. 이 같은 유머의 표현에 대한 독특한 접근법을 가진 거장들의 곡을 꼽아 케너는 이번 연주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다장조’, 슈만 ‘다비드동맹무곡집’, 쇼팽 ‘5개의 마주르카’ , 파데레프스키 ‘6개의 유머레스크’ 등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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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


케너는 199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1위 없는 2위)과 폴로네이즈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하며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까지 쇼팽과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동시 입상한 유일한 미국인 피아니스트로 11년간 영국왕립음악원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음악적 동반자이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멘토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1년 대관령국제음악제(현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참여한 케너는 이때 처음 정경화와 만나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다. 정경화는 ‘케빈 케너는 내 영혼의 동반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케너 역시 “정경화는 음악을 벗어나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했다”며 “모든 면에서 굉장한 사람이자 모든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조성진에 대해서도 “2011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위대한 아티스트라는 평가는 변하지 않는다”며 “2015년 만났을 때 지속적인 연주와 녹음으로 조성진이 음악적인 본능을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성진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아티스트로 성장했으며,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이 향상됐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 ⓒVersatile Light Studio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사진제공=뮤직앤아트컴퍼니 ⓒVersatile Light Studio


케너는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마이애미에 ‘프로스트 쇼팽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페스티벌 디렉터로도 활약하고 있다. 연주자, 교육자, 심사위원에 이어 또 다른 역할이 추가된 셈이다. 그는 “제가 살고 있는 도시 마이애미에 음악 하는 친구들을 데려와 음악을 즐기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마이애미는 편안하고 안락한 도시로, 편안한 음악을 들으면서 뻣뻣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만든 페스티벌”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떻게 하면 마이애미를 상징하는 페스티벌로 거듭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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