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이주여성, 이혼책임 한국 남편이 더 크면 체류 연장 가능"

"남편에 전적 책임 아닌 주된 귀책만 있어도 충분" 하급심 뒤집어

전남 영암 베트남 아내 폭행 사건 등 이주여성 인권 강화 목소리 반영




결혼하면서 한국에 이주한 여성이 이혼하더라도 한국인 남편의 책임이 더 크다면 국내 체류를 연장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최근 전남 영암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이주여성의 인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를 반영한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베트남 국적 여성인 A(23)씨가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체류 기간 연장 불허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19살이던 2015년 12월 당시 36살이던 한국인 남성 정모(40)씨와 혼인했다. 하지만 임신 중인데도 시어머니의 추궁에 편의점에서 일하다가 유산을 하는 등 갈등을 겪으며 별거 생활에 들어갔다. A씨는 결혼 7개월만인 2016년 7월 이혼소송을 냈고, 2017년 1월 법원은 정씨에게 혼인의 주된 귀책사유가 있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정씨가 A씨에게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해야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A씨는 2017년 5월 결혼이민 체류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이번 소송을 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은 결혼이민 체류자격으로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를 들고 있다. 재판에서는 이 문구가 이혼의 책임이 전적으로 배우자에 있을 때를 말하는 것인지, 주된 책임만 배우자에게 있다면 되는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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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은 시어머니의 강요로 힘들어하다가 유산했다는 A씨 주장에 신뢰성이 떨어지는 데다 A씨가 혼인관계 유지 노력 없이 가출한 점 등을 들어 A씨의 체류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한국인 남편에게 있는 경우도 이주여성 체류 자격을 연장하는 요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또 이혼의 귀책사유가 A씨에게 있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도 출입국당국에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최근 전남 영암에서 한국인 남편이 베트남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동영상이 공개돼 우리 국민과 베트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결혼이주여성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보고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번 판결은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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