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조선 궁궐,왕릉이여…흥하고 복되어라

1월 출범한 궁능유적본부 중장기계획 발표

경복궁,덕수궁,사직단 등 사라진 전각 복원

태릉선수촌,한예종 등 왕릉주변 부적합시설 이전

경복궁 흥복전이 지난 2015년 복원을 시작해 10일 임시개방됐다. 아직 단청도 하지 않고 현판도 달지 않았고 2022년께 복원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사진제공=문화재청경복궁 흥복전이 지난 2015년 복원을 시작해 10일 임시개방됐다. 아직 단청도 하지 않고 현판도 달지 않았고 2022년께 복원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사진제공=문화재청



흥복전(興福展)은 조선 초기에 처음 경복궁을 건립했을 때는 없었으나 1867년 경복궁 중건 때 세워졌다. 영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거처인 통의동 창의궁의 전각을 뜯어와, 중전의 침전인 교태전 뒤쪽 넓은 터에 자리를 잡았다. 왕비·대비와 관련된 행사가 열렸고 1885년 이후로 3년 동안은 고종의 집무실로 쓰이며 외국 사신의 접견 장소로 활용됐다. 흥하고 복되라는 전각의 이름처럼 중요한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는 궁궐을 헐어내고 치워버렸다. 훼철(毁撤)의 명분은 1917년 창덕궁 내전에 큰 불이 났기에 이를 보수하는 자재로 쓴다는 이유였다. 일제는 흥복전 자리에 ‘곡수지’라는 일본식 계곡정원을 조성했고 향원지에서 곡수지를 지나 경회루까지 물길이 이어지게 했다.

경복궁 흥복전이 사라진 지 100여 년 만에 복원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5년 복원을 시작해 약 17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흥복전을 다시 세웠고 10일 시범 개방했다. 민간이 기증한 국산 소나무를 사용해 복원한 흥복전은 아직 단청하지 않았고, 현판도 없는 상태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4개의 현판을 보존처리해서 단청과 시기를 맞춰 총 11개를 걸 계획이다. 독특한 점은 흥복전의 ‘현대적 복원’이다. 이곳은 궁궐 내 전각으로는 이례적으로 전기 및 통신과 냉난방시설이 구비됐다.

고궁과 조선왕릉 관리를 위해 지난 1월 책임운영기관으로 출범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10일 경복궁 흥복전(興福殿)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대 전략과 8대 핵심과제를 담은 중장기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흥복전은 과감하게 냉난방 수도 화장실 등의 시설을 넣어 복원했고, 한류를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문화활용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궁궐과 왕릉은 국내외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으로서 우리 미래가치의 핵심이 될 것인 만큼 BTS가 찾아와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거나 국제회의를 개최하면 적합하겠다는 식의 활용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 /사진제공=문화재청정재숙 문화재청장. /사진제공=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체계적이고 진정성 있는 복원과 정비, 미공개 지역 개방 확대, 관람 서비스 개선을 통해 고궁과 조선왕릉 연간 방문객 1,50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궁과 조선왕릉 관람객은 2016년 약 1,300만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줄어들다가 올해 상반기에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상반기 고궁 관람객은 520만명, 조선왕릉 관람객은 120만명이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 1,300만명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도 높다.


궁능유적본부가 2023년까지 추진할 중장기 발전방안 4대 전략은 궁·능의 선진적 보존관리 실현, 궁·능의 고품격 가치 창출, 포용 중심의 고객 감동 서비스 확충, 지속가능한 혁신 성장 기반 구축으로, 크게는 복원 정비와 활용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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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출범한 궁능유적본부의 나명하 본부장. /사진제공=문화재청지난 1월 출범한 궁능유적본부의 나명하 본부장. /사진제공=문화재청


복원 정비계획에 따라 법궁이던 경복궁은 오는 2045년까지 조선 후기 고종 중건 당시 500여 동의 41%에 해당하는 총 205동이 복원될 전망이다. 덕수궁은 지난 1905년 중건 당시의 130여 동의 51.5%인 54동을 2039년까지 재건한다. 사진단은 20세기 초까지 180동이던 것의 약 90%인 16동을 2027년까지 복원한다. 기존의 ‘전각 위주’ 복원사업을 건축과 조경, 복원과 활용이 어우러진 ‘통합 복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오는 2022년에는 전통조경자원센터를 건립 추진한다. 조선시대 정원 관리 기구인 장원서, 고려에서 궁궐에 꽃과 화초를 제공하던 내원서를 현대적으로 계승발전할 계획이다.

왕릉 종합정비의 일환으로 주변에 부적합 시설물 철거를 추진한다. 태릉의 경우 태릉 사격장과 태릉 선수촌이 있고 서삼릉에는 젖소개량사업소와 종마목장이 자리잡고 있다. 의릉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올해 태릉과 서오릉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관련 시설들의 이전이 추진된다.

궁능의 고품격 가치 창출도 중요한 과제다. 궁능유적본부 측은 경복궁은 ‘법궁’으로서의 위엄과 품격을 강조하고 창덕궁은 ‘자연’을, 덕수궁은 ‘근대’를 만날 수 있는 궁궐로 그 성격을 강조할 계획이다. 창경궁은 ‘예악(禮樂)’, 종묘·사직은 ‘제향’으로 이미지 특화의 방안을 구축할 생각이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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