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은행만 한 뇌하수체, 종양 생기면 '백화점식' 증상

각종 호르몬 과다분비·시신경 등 압박해

생리불순·발기부전서 두통·시력저하까지

진료 5년새 39%↑…내시경수술이 ‘해결사’




성장호르몬, 황체호르몬(여성·남성호르몬 자극), 난포자극호르몬(난포 성숙과 정자 형성 촉진) 등을 분비하는 뇌하수체. 뇌 한가운데에 있으며 은행만 하다. 이곳에 양성 종양이 생기면 각종 호르몬의 과다분비로 다양한 증상·질환이 나타난다.

뇌하수체종양은 전체 뇌종양의 10~15%를 차지하며 신경교종·뇌수막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뇌하수체종양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2만6,089명으로 지난 2014년의 1만8,751명보다 39% 증가했다. 지난해 진료인원의 63%가 여성이다.


뇌하수체종양으로 프로락틴호르몬이 과다분비되면 생리불순·불임·발기부전 등 성 기능 저하, 성장호르몬이 과다분비되면 손발·광대뼈·턱뼈가 커지는 말단비대증·거인증,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과다분비되면 고혈압·당뇨병·복부비만을 일으킨다. 종양이 커지면 주변 신경을 압박해 두통·시력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계속 커지면 뇌척수액의 흐름을 방해해 뇌에 물이 차는 뇌수두증을 유발하는데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1115A34 뇌하수체


강자헌·김태기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팀이 뇌하수체종양 환자 584명을 조사한 결과 병원에 처음 방문할 때의 주된 증상은 두통(26.2%), 유즙분비·생리불순(17.0%), 말단비대증상(13.7%), 시력저하(12.4%) 등의 순이었다.


김 교수는 “뇌하수체는 눈 뒤쪽 시신경들과 뇌의 한가운데가 만나는 곳에 있어 종양이 커지면 시신경 교차부위부터 눌려 시야가 양쪽 끝부터 좁아지는 시야감소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정면은 잘 보이는데 양옆을 가린 것처럼 서서히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초기에 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방치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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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노인성 백내장 수술 후에도 시력저하가 지속돼 뇌하수체종양으로 진단받은 경우도 있다”면서 “백내장·녹내장 등 시력이 떨어질 만한 다른 확실한 원인이 없는데도 눈이 계속 침침하면 시야 정밀검사를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경외과에서 안과 진료를 의뢰한 뇌하수체종양 환자에게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했더니 54.4%에서 시신경 교차부위 압박이 관찰됐다. 또 시야 정밀검사 결과 43%가 시야이상을 보였다. 뇌하수체종양의 부피가 커질수록 시력저하·시야결손 정도가 유의하게 악화됐다.

치료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뇌종양의 일종이므로 두개골을 열고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뇌하수체종양은 콧속으로 내시경을 넣어 제거할 수 있다. ‘내시경 뇌수술’이라고 하는데 직경 4㎜의 내시경 카메라를 보며 종양까지 접근해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어 재발률이 낮다.

이승환 신경외과 교수는 “뇌하수체종양은 증상에 따라 내분비내과·산부인과·안과 등을 먼저 찾았다가 신경외과 진료로 이어지기도 한다”면서 “신경외과에서는 뇌하수체 정밀 MRI 검사를 통해 종양의 유무를 판단하고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시경 뇌수술은 미세한 조작이 요구되는 고난도 수술이어서 많은 경험을 가진 전문의에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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