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전환에 나선 석탄 채굴기업 삼탄이 풍력·열복합·가스발전 등 다양한 분야의 에너지 사업 투자에 나섰다. 삼탄은 인도네시아 파시르 광산에서 채굴한 석탄을 일본·대만에 판매해 성장한 회사다. 하지만 석탄가격이 하락하고 친환경 에너지 및 셰일가스 등 새로운 자원이 각광 받으면서 1조원 이상의 현금자산을 기반으로 신규 사업투자에 적극적이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탄은 미국 발전 인프라에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베트남 뿐 아니라 자원 선진국인 미국에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기 위한 행보다.
삼탄은 1962년 설립된 이후 석탄 채굴 및 판매를 주력으로 해왔다. 특히 1982년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 키데코를 설립한 뒤 파시르 광산 채굴권을 확보해 성장했다. 2016년 키데코 법인의 매출은 1조4,480억원, 당기순이익은 1,088억원으로 삼탄 전체 매출의 93.6%, 당기순이익 58%를 책임졌다. 인도네시아 법인의 매출이 회사 성장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키데코 법인에 실적이 집중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부담도 가중됐다. 결국 삼탄은 지난 2017년 사업다각화 등을 위해 보유 중이던 키데코 법인 지분 49% 중 40%를 매각했다.
삼탄이 인도네시아 석탄 사업을 일부 정리하면서 신규 사업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지분 매각 후 실적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2017년 2조525억원의 매출액이 지난해 9,301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6,129억에서 867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그동안 축적한 이익잉여금과 키데코 지분 매각자금으로 현금자산은 풍부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2,796억원, 정기예금 등 단기금융상품이 1조3,020억원에 이른다. 이론적으로 1조원의 넘는 투자를 차입금 없이 바로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삼탄은 이 같은 자산을 기반으로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에너지 사업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민자화력발전소에 투자했으며 지난해 베트남 열병합발전소 탄콩의 지분 35%을 사들였다. 올해도 맥쿼리 사모펀드로부터 국내 대표적 풍력발전 사업자인 양양풍력발전공사 및 영덕풍력발전 지분 전량을 약 1,900억원에 매입했다. 또한 베트남에도 글로벌 투자자와 협업해 48㎿ 용량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총 개발규모가 1,500억원에 이르는 프로젝트다.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뿐 아니라 막대한 자원량을 기반으로 미래 자원으로 꼽히는 셰일가스 관련 인프라 대출투자도 검토 중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삼탄은 국내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비교적 친숙한 시장에 대해선 지분투자를, 신규 진출 국가의 경우 선순위 대출 투자 등으로 사업기회를 모색 중”이라며 “1조원이 넘는 실탄을 가지고 인수합병(M&A) 및 투자처 발굴에 나선만큼 IB업계도 (삼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 등 신규 진출 국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대출 투자뿐 아니라 지분투자에도 나설 것이란 분석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