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노화욱 회장 "韓 반도체 최강국인데…소재 공동연구소 하나도 없어"

■노화욱 반도체선진화 회장 인터뷰

"소재·장비 투자 없어 日 의존 커

기업간 거래 끊겨 업체 고사 위기

美처럼 민관 공동연구소 만들고

소재국산화 위해 정부 앞장서야"

노화욱 반도체선진화연구회 회장/권욱기자노화욱 반도체선진화연구회 회장/권욱기자



“기업 간의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데도 정부가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으면 소재 장비 국산화는 어림없는 일입니다.”

반도체산업선진화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노화욱 전 하이닉스반도체 전무는 “일본의 보복 사태는 예견된 참사”라고 진단했다. 판로를 찾지 못한 국내 중소 소재 장비 업체들이 고사하는 상황에서 정부조차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터라 반도체 산업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노 회장은 11일 “포토레지스트나 불화수소처럼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제품 몇 개에 공정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반도체 최강국이라고 자부해왔지만 여전히 소재 장비 부문의 일본 의존도는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국내 소재업체가 제품을 내놔도 수요 업체 입장에선 거래선을 바꿨다가 큰 탈이 날까 걱정한다”며 “제품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니 국내에서 소재 업체가 성장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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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회장은 “언젠가 우리가 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상당 부분이 베트남이나 인도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며 “그 시기를 대비해서라도 일본처럼 ‘알짜배기’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주요 소재와 장비를 수입하되 제조 기술을 특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제조 기술이 중국 등 경쟁국에 따라잡히더라도 반도체 산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소재와 장비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노 회장의 생각이다.

노화욱 반도체선진화연구회 회장/권욱기자노화욱 반도체선진화연구회 회장/권욱기자


노 회장은 소재 국산화를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고 반도체 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소재·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 민관 공동연구소가 없다”며 미국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만든 ‘세마텍’을 언급했다. 세마텍은 일본 반도체 기업의 약진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14개 자국 업체들의 공동 연구를 위해 1987년 텍사스에 세운 시설이다. 세마텍에서 개발된 비메모리 반도체로 미국 반도체 산업계는 다시 반등할 수 있었다. 노 회장은 “정부가 공동연구소를 통해 소재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 수준을 보증하는 식으로 수요 업체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소재 국산화를 막고 있는 요인으로 지자체의 소극적 행정도 거론했다. 노 회장은 “불화수소 공장의 경우 안전관리만 잘 이뤄진다면 사고 위험성이 크지 않다”며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 조례를 통해 사업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반도체산업선진화연구회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의 한 소재 가공업체가 에칭가스의 자체 생산을 검토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환경 규제로 생산이 어려우니 포기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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