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래 자동차 기술의 성지인 이스라엘과 ‘모빌리티 동맹’을 강화한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심장인 남양연구소를 찾아 “(협력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협력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다짐했다. 정의선 현대차(005380) 총괄수석부회장도 “다양한 분야에서 이스라엘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화답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5일 리블린 대통령이 한국 자동차 산업 연구개발(R&D)의 심장부인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리블린 대통령은 이날 한국을 국빈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나눈 뒤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찾았다.
이스라엘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연간 26만여대 수준(2018년 기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차(000270)는 지난 2018년 이스라엘에서 3만8,022대(14.2%), 3만5,806대(13.4%)를 판매해 각 1, 2위의 자동차 판매량을 기록했다.
중요한 것은 현지 판매량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자동차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이 미래 차 기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기업 없이는 완전한 자율주행을 완성하기 어려울 정도다. 자율주행 운행과 관련해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업체 모빌아이 역시 이스라엘 기업이다.
이날 리블린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후 한국 자동차기술 R&D의 성지인 남양연구소를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이 이스라엘 미래 기업에 투자해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면 한국과 이스라엘 산업 모두 ‘윈윈(Win Win)’하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현대차도 이에 맞춰 미래 차의 주요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이고 있는 이스라엘 업체에 다양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17년 12월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라이다(레이더 센서의 일종) 전문업체인 옵시스에 이어 지난해엔 시매틱스(자율주행 딥러닝), 7월 오토톡스(커넥티드카 통신반도체), 11월 알레그로.ai(인공지능)에 투자해 협업을 강화했다. 올해 6월엔 이스라엘 엠디고에 투자해 탑승객 부상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하기로 손을 잡았다. 현대차는 이에 더해 지난해 11월에는 이스라엘에 아예 현지 업체들에 협업의 문을 활짝 연 오픈이노베이션센터 ‘현대 크레들 델아비브’를 개소했다.
리블린 대통령은 넥쏘 수소전기차 기반 자율주행차량을 시승하고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 시스템(R.E.A.D)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기술과 다양한 분야의 차세대 기술을 체험했다. 이어 근로자 근력 보조 지원을 위한 ‘H-CEX 의자형 착용로봇’ 등 웨어러블 로봇 및 수소전기차 넥쏘의 미세먼지 정화 기술 시연과 차량 충돌 시험도 참관했다.
정 수석부회장과 리블린 대통령은 이날 남양연구소에서 면담을 가진 후 현대차와 이스라엘의 미래 차 동행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리블린 대통령은 면담에서 “이스라엘 스타트업들과 현대차는 자동차·안전·혁신과 같은 주요 미래 과제를 더 큰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차가 몇몇 이스라엘 스타트업들과 맺은 파트너십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린 스마트하고, 안전하며, 연결되고, 친환경적인 자동차의 미래를 함께 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수석부회장도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의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이스라엘 스타트업들과 공동 개발한 기술 일부는 향후 양산차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