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슬로베니아 세브니카의 한 외곽에 나무로 만든 실물 크기의 여성 조각상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슬로베니아 출신으로 미국 영부인이 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조각상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던 그의 모습을 묘사했다.
그런데 조각상이 공개되자 이를 지켜보던 한 주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렇게 외쳤다. “스머페트(만화 ‘스머프’의 여성 캐릭터) 아냐?”
모델 출신으로 세련된 외모를 뽐내는 멜라니아를 형상화한 것치고는 조각상이 투박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어 나온 반응이다. 작품을 기획한 미국인 예술가 브래드 다우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민자 출신 아내와 결혼한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자 정책을 펴는 모순을 지적하기 위해 이 조각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멜라니아 여사는 1990년대 후반 모델 활동을 위해 슬로베니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당시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의 존재를 잊기라도 한 듯 ‘외국인 혐오증’을 드러내고 있다. 불법 이민자를 막겠다며 국경장벽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주변국을 위협한 것도 모자라 노골적인 인종차별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민주당의 여성 유색인종 의원 4인방을 향해 “부패하고 무능한 너희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는 막말을 퍼부어 미 정가를 발칵 뒤집었다.
그의 예고 없는 공세에 공화당도 놀랐다. 캐나다 출신의 테드 크루즈와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마코 루비오 등 공화당 중진 의원들 중에도 이민자 출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화당 정치고문인 애나 나바로는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기념비에 가봐라. 미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히스패닉계 희생자들의 이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인·장모는 그가 반기를 들고 있는 ‘가족’ 기반의 이민제도에 따라 지난해에야 미국 시민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제도 개혁이 내년 대선을 겨냥한 선거 술책에 불과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을 조롱한 조각상에도 한마디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뒤에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을 멜라니아 여사가 가여울 지경이다.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