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기 검찰을 책임질 차기 수장으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신임 검찰총장이 최종 임명되면서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도 힘이 실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파격 카드를 꺼낸 만큼 윤 신임 총장이 조직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검찰개혁 정부안에 상당 부분 협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신임 총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재가로 오는 25일 0시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공식 취임식은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신임 총장이 곧바로 업무에 돌입할 수 있도록 취임 때까지 내부적인 준비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문무일 현 검찰총장은 24일 퇴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윤 신임 총장 측은 이날 임명 재가에 대해 “전례에 따라 별도의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법조계에서는 윤 신임 총장이 본격 취임할 경우 청와대와 여당 주도로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상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과 관련해서도 상당 부분 협조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기 내내 정부와 각을 세우고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마다하지 않은 문 총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신임 총장은 실제로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나 국회에서 거의 성안이 다된 법을 검찰이 틀린 것이라는 식으로 폄훼한다거나 저항할 생각은 없다”며 문 총장과는 확연히 다른 입장을 내비쳤다. 세부적으로도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폐지에 대해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되 장기적으로는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연관된 검찰의 정보기능 축소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표했다.
반면 검찰의 수사지휘권에 대해서는 “지휘라는 개념보다는 상호 협력관계로 갈 수 있는 문제”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에 관해서도 “(검찰이 경찰에) 시정조치 요구를 할 때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큰 틀에서는 정부의 검찰개혁안에 동의하면서 수사지휘 등 일부 권한은 지켜보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마약수사청 등 전문 수사기관을 검찰로부터 독립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한 반면 기업 총수 전담조직 신설에 관해서는 “특정 계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직 신설은 여러 의견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함께 검찰개혁의 최대 화두인 공수처 역시 “부패 대응 역량의 국가 총합이 커지는 방향이라면 충분히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내 알아주는 ‘특수통’인 그가 취임 후 직접수사 등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신임 총장이 청문회에서 검찰개혁 정부안에 적극 동의할 것처럼 말은 했지만 범죄정보와 직접수사 관련 경력에 큰 자부심이 있는 사람인 만큼 검찰 입장도 상당 부분 대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내부적으로는 많다”고 귀띔했다.
윤 신임 총장이 지휘할 검찰의 방향성을 우선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께 예상되는 검찰 간부 인사다. 윤 신임 총장이 전임보다 5기수나 낮았던 만큼 첫 인사부터 ‘인사 태풍’이 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그와 손발을 맞춰 기업 수사 등을 지휘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인사가 눈길을 끈다. 한때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혔던 윤대진(25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청문회 과정에서 휘청거리는 사이 이성윤(23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조남관(24기) 대검 과학수사부장, 여환섭(24기) 청주지청장, 문찬석(24기)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동훈(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요직 배치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한편 윤 신임 총장의 연수원 두 기수 선배인 김기동(55·21기) 부산지방검찰청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윤 신임 총장 지명 후 옷을 벗은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는 이번이 여덟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