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와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 혐의를 씌운 것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과 시장경제의 제도적 절차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무리수라는 학계와 법률 전문가들의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지적은 17일 시장경제제도연구소와 자유경제포럼이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논란의 분식회계, 삼성바이오 재판을 말한다’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우선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가 증선위를 겨냥해 작심 발언을 했다. 이 교수는 “증선위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을 단독지배에서 공동지배로 바꾼 것이 문제라고 하지만 지배구조는 지분율이 아니라 의사결정구조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미 끝난 사안을 일부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로 다시 조사하고 징계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고언했다. 그는 해당 논란을 제기해온 시민단체들에 대해서도 이념 편향성을 꼬집으며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둘러싼 논란은 회계정보의 본질을 망각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에 대해선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던 법무법인 홍익 이헌 변호사가 쓴소리를 던졌다. 이 변호사는 “수사당국이 기밀을 유지해야 할 수사 상황을 수시로 언론에 유출하고 삼성바이오를 망신주는 것 역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검찰의 무리수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이어졌고 이는 전례 없는 ‘삼성 때리기’로 변질됐다”고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가 결국 대기업 규제를 넘어 재벌 해체로 가기 위한 수순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잘못을 저지른 기업의 법률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제약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수사가 법리적인 원칙을 벗어난 프레임에서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검찰 이번 수사가 애시당초 무리수였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법적 판단의 기준이 바뀐다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국제적 망신”이라며 “삼성바이오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분식회계를 법으로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은 사기행위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계 전문가 집단이 아닌 검찰이 본질을 보지 않고 지금처럼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면 법원에서 기각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