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노총 최임위원도 총사퇴..민노총과 선명성 경쟁?

"어떤 역할도 불가" 뒤늦게 입장 선회

차등 적용안 등 논의 중단 불가피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0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안에 대한 한국노총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주영(왼쪽 두번째) 한국노총 위원장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17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0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안에 대한 한국노총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주영(왼쪽 두번째) 한국노총 위원장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2.87%’에 반발해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총사퇴 입장을 밝혔다. 양대노총이 모두 근로자 위원 탈퇴를 선언하면서 최저임금위원회는 당분간 사용자와 공익위원만 남은 ‘반쪽짜리’로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위원회가 논의할 예정이었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 등도 논의가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을 겸하는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17일 한국노총 몫의 근로자위원 5명 사퇴 입장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자위원들이 저임금노동자를 위한 어떠한 역할도 불가능하다”며 “이성경·김만재·김현중·정문주 위원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이남신 위원은 즉각 총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에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재심의할 것을 요청하고 이를 사퇴 번복의 요건으로 제기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법이 정하고 있는 목적과 취지, 결정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위원의 삭감안 제출을 방조해 최종 실질 삭감안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의 이의 제기 근거는 △경제성장 등 최저임금법에 없는 기준을 결정기준으로 적용 △산입범위 확대로 2.87% 인상안은 사실상 삭감안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도 제시하지 않고 사용자 안을 일방적으로 수용 등이다. 지난 15일 근로자위원 총사퇴 입장을 밝힌 민주노총의 근거와 대동소이하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추천 최저임금위원인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이 17일 사퇴하기로 공식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위원 9명이 모두 직을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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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만해도 “사퇴 계획은 없다”고 했던 한국노총이 갑작스레 강수를 둔 이면에는 민주노총과의 선명성 경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차등화에 대한 일체의 논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정이 추진되면 사회적대화를 중단하고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핵심적 계기는 이성경 사무총장의 “민주노총이 없어도 표결은 한다”는 말이었다. 이 말이 전해지고 난 후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전원회의장에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은 경제 악화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어느 정도 감안해 ‘최저임금 속도조절’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보였지만 실제 표결 결과가 외환위기 수준인 2.87% 인상률로 정해지자 노동계 내부에서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지겠다”며 민주노총이 자신들 몫의 최저임금 위원들을 전원 사퇴시키는 강경책을 내놓자 한국노총도 무언가 ‘행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다만 이 총장은 “민주노총의 근로자위원 사퇴가 한국노총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양대노총의 ‘이탈 러시’에 대해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규모별·지역별 차등화를 논의해야 하는데다 제도 개선까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잇따른 근로자위원 사퇴는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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