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제3지대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그려지는 가운데 바른미래당이 금전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통합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교섭단체 여부·의석수·지지율이라는 보조금 지급 기준이 바른미래당에게는 호재지만 민주평화당 탈당파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평화당 탈당파는 새로운 곳에서 신당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반면 바른미래당 당권파는 교섭단체와 보조금이라는 안정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금전’ 문제는 제3지대 통합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해 분기별 정당 보조금은 108억으로, 정치자금법에 따라 허위회계 등 삭감 요인을 고려해 다음 달 15일 분배된다. 우선 교섭단체 여부에 따라 보조금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교섭단체에는 보조금 총액의 절반을 균등 분배한다. 현재로선 교섭단체 지위를 가진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16.6%씩을 균등히 가져간다. 반면 5-20석을 가진 정당에는 5%, 5석 미만의 정당 2%에게 지급된다. 위 기준에 따라 배분하고 남은 보조금의 절반을 다시 정당별 의석수에 따라, 나머지 절반을 19대 총선 당시 지지율을 바탕으로 배분한다.
이러한 조건으로 배분되는 보조금은 바른미래당으로서는 든든한 뒷배다. 29석을 차지해 교섭단체인 데다가 국민의당으로 19대 총선을 치렀을 때 26.74%라는 두 번째로 높은 정당 지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분기 바른미래당이 받은 보조금은 24억으로, 더불어민주당(128석)이 받은 34억의 70% 정도다. 의석 수가 네 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반면 제3 세력 형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평화당 탈당파로서는 많은 국고 보조금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성엽 원내대표를 비롯한 10명의 평화당 내 반(反) 당권파 의원은 지난 17일 ‘대안정치세력’의 기치를 내걸었다. 유 원내대표는 “당장 탈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탈당을) 포함해 논의할 것이다. 대안정당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출발 선언”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로서는 새로운 당을 만들더라도 넉넉한 국고 보조금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섭단체도 아닌 데다가 총선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당이기에 지지율에 바탕을 둔 보조금을 받기 어렵다. 지난해 2월 창당할 때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평화당이다. 창당 당시 의원들로부터 천만 원 가량을 각출했다고 알려질 정도로 경제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바른미래당 당권파는 경제적 이점을 바탕으로 당을 유지한 채 평화당 탈당파를 흡수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대안정치연대’ 세력은 새로운 지역에서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바른미래당 당권파는 “아쉬울 게 없다”며 버티고 있다. 중립 지역에서 신당을 만들기 위해선 당내 퇴진파와 ‘합의 이혼’을 해야 한다. 국민의당을 누가 계승할지, 정당 예산은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그보다 민주평화당 세력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이에 퇴진파가 반발해 당을 나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는 듯 보인다. 당 관계자는 “손 대표가 최근 회의 중에도 ‘나는 퇴진 안 합니다’하고 말한다. 자신을 중심으로 제3 지대를 만든다는 의지를 굳게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 핵심 관계자는 “(평화당과의) 통합 협상에서 불리할 게 없는 상황”이라며 “보조금이 지급되면 백억 가량 될 자금과 교섭단체 지위가 있는데 왜 힘든 길을 가냐는 게 전반적인 기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