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US]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의 협업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9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온라인 사업을 하던 스타트업들이 신규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전통 소매업체들과 손잡고 있다. 이들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By Emma Hinchliffe


펼치던 사업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나? 당신이 버치박스 Birchbox 관계자라면, 월그린스 Walgreens 지역 매장으로 향해야 한다.

이 화장품 신생기업은 8년 전 설립됐을 때, 정기구독형 사업 열풍을 일으키며 업계를 뒤흔들었다. 고객들에게 샘플 화장품을 배송하고, 정상 제품을 온라인 구매로 유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수익성이 정체되고 직원들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버치박스는 인수기업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월마트나 홈쇼핑 업체 QVC 대신, 결국 헤지펀드 바이킹 글로벌 인베스터스 Viking Global Investors에 인수되는 걸 선택했다. 이 헤지펀드는 다른 버치박스 투자자들의 지분 모두를 매입했다.

미국 제2의 드러그스토어 월그린스와 함께하기 전까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됐다. 월그린스는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 Sephora와 본격 경쟁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 해 10월 버치박스의 소수 지분을 매입했다. 그리고 전국 11개 매장에 각각 1,000제곱 피트(약 93m²) 규모의 진열대를 마련해 버치박스 제품을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버치박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 카티아 뷰챔프 Katia Beauchamp는 이에 대해 “우리 고객들과 비슷하지만 그 동안엔 접근하지 못했던 잠재 소비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포춘US] CVS 일부 매장은 글램스쿼드 전문가들이 솜씨를 발휘할 전용 진열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글램스쿼드와 버치박스는 자체 소매망을 확보하기 위해 실험을 하고 있다. 전국 규모 약국체인 내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사진=포춘US] CVS 일부 매장은 글램스쿼드 전문가들이 솜씨를 발휘할 전용 진열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글램스쿼드와 버치박스는 자체 소매망을 확보하기 위해 실험을 하고 있다. 전국 규모 약국체인 내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두 달 전에는 드러그스토어 1위 업체 CVS도 같은 점을 고려해 곧바로 소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 회사는 작년 8월 온 디맨드/*역주: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미용 서비스 글램스쿼드 Glamsquad 출신 전문가들을 4개 매장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의약품 외에 미용 분야에서도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포석이었다. 현재 CVS 매장에선 40달러에 머리손질, 30달러에 각종 화장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설립 5년 차가 다가오는 글램스쿼드가 고객들의 가정과 사무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을 낮춰 CVS 매장에서 선보였기 때문이다.


글램스쿼드 최고경영자 에이미 섹터 Amy Shecter는 “매장 확보가 우리 사업의 강력한 버팀목이 되고, 아울러 온라인 사업모델의 한계를 보완해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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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드러그스토어의 양대 산맥(CVS는 설립 55년, 월그린스 117년을 맞았다)은 궁극적으로 ’웰니스의 메카‘로 탈바꿈함으로써, 새로운 매출 흐름을 창출하려 하고 있다(CVS의 경우, 몇 년 전 판매선언을 중단한 담배 같은 오래된 제품군을 대체하려 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펜티 뷰티 Fenty Beauty 같은 새 브랜드들의 부상을 목격하고 있다. 이 브랜드들은 드러그스토어 대신 세포라 같은 뷰티 매장을 선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EuromonitorInternational의 추산에 따르면, 색조화장품과 향수, 헤어 제품, 스킨 케어 제품 등으로 구성된 56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화장품 업계에서 CVS와 월그린스는 훨씬 더 큰 점유율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CVS의 화장품 판촉담당 부사장 말리 번스타인Mally Bernstein 은 “뷰티 제품은 매장 전면의 변화를 통한 성장 전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젊은 고객들을 유인하는 효과적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버치박스 같은 ‘온라인 소매업계 총아들’은 새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채널을 찾고 있다. 높은 고객 이탈율과 이익 감소, 감당하기 힘든 비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A.T. 커니 A.T. Kearney에서 글로벌 소비자 및 소매업을 담당하는 수석 파트너 그레그 포르텔 Greg Portell은 “온라인 업체들이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많은 디지털 스타트업들은 온라인 환경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실물 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역시 성공이 보장된 길은 아니다. 투자자들의 열기 또한 식어가고 있다. 레드 지래프 자문사 Red Giraffe Advisors에서 소매업과 패션, 소비자 신생기업을 주로 담당하는 투자자 사프나 샤 Sapna Shah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메이시스 Macy‘s, 울타Ulta, 세포라 같은 대형 매장에서 다른 많은 인기 제품들의 틈바구니에 존재하는 게 더 나을까? 아니면 드러그스토어에서 독특한 개성을 가진 소수 브랜드들 중 하나로 자리잡는 게 더 나을까?

해답이 무엇이 됐든, 전자상거래 신생기업들과 오프라인 소매 거인들의 협업은 충분히 실험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리스크가 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약국체인들은 고객을 유치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손님들을 매장 내에 좀 더 머물게 함으로써 추가 매출을 올릴 새 방식이 필요하다. 정기구독 및 온디맨드 사업을 벌이는 뷰티 신생기업들도 근본적 당면 과제를 드러그스토어 진출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 물론 통증을 완화해 줄 수는 있다. 약국이 원래 잘하는 바로 그런 치료처방 말이다.

안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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