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CEO&STORY] 유원상 대표 "78년 역사가 유유제약 먹여 살리지 않아…신약 홍보위해 지구촌 누비죠"

국내제약사 중 5번째로 오래됐지만

매출 1,000억 안돼…갈길 아직 멀어

글로벌社 메릴린치·노바티스 근무

풍부한 인맥 강점…판로 확대 자신

눈앞 수익 좇아 제네릭 늘리기보단

신약 개발에 힘써 경쟁력 강화 올인

전세계에 유유제약 영업소 만들 것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유유제약 서울사옥 1층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기자유원상 유유제약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유유제약 서울사옥 1층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유유제약은 78년이 된 회사지만 역사가 저희를 먹여 살리지는 않습니다. 제약회사는 무조건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해 올인했습니다. 물론 매출 증대를 위해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 도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유유제약 인호홀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유원상(45·사진) 유유제약 대표는 회사의 성장 전략을 이같이 설명했다. 유 대표는 유한양행 창업주 고(故) 유일한 회장의 동생인 고 유특한 회장의 손자다. 유 대표는 뉴욕 메릴린치증권과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를 거쳐 2009년 유유제약에 상무로 입사했고, 2014년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4월1일부터 대표이사에 오르며 오너 3세 경영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대표이사 취임 100일을 넘긴 소회를 묻자 “사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줄 몰랐다”며 “부사장 자리에 오른 2014년부터 지난 5년간 업무와 책임권한을 임원들에게 많이 분배해왔기 때문에 업무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미소를 지었다.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유유제약 서울사옥 2층 인호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성형주기자유원상 유유제약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유유제약 서울사옥 2층 인호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유유제약은 유한양행에서 대표를 지낸 유특한 회장이 1941년 독립하면서 문을 열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동화약품(1897), 유한양행(1926), 삼성제약(1929), 동아제약(1932)에 이어 다섯 번째로 역사가 깊은 전통제약사다. 하지만 오랜 역사와는 달리 매출은 창사 이후 1,000억원의 고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0억원이나 증가한 831억원을 기록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회사에 대한 인지도 역시 높지 않다. 비타민 제품 ‘유판씨’와 비강세척액 ‘피지오머’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유유제약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유 대표는 “대표로서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앞으로도 유유제약이 지속 가능하냐는 것”이라며 “제네릭(복제약)에서 발생하는 이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만큼 신약 개발을 통해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신장에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네릭 판매를 늘리기보다는 신약 개발이란 정공법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유 대표는 회사의 신약 후보물질 홍보와 글로벌 파트너와의 오픈이노베이션 강화를 위해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유유제약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YY-201)와 안구건조증 신약(YDE)이다. 그는 4월 캐나다에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안과 학회인 ARVO에서 안구건조증 치료 펩타이드 신약의 연구 결과를 직접 발표했고, 지난달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바이오USA에 참석해 회사 소개와 임상 진행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대표가 직접 글로벌 학회에 연사로 나가 자사의 신약을 소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YY-201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두타스테리드를 3분의1 크기의 연질캡슐형으로 개발한 후 여기에 발기부전치료제 타다라필을 추가한 개량 신약이다. 현재 유유제약은 임상 3상에 대한 승인을 받은 상태로 환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YDE는 현재 전 임상 단계로 기존 치료제 대비 상피세포 치유 효과뿐 아니라 눈물 분비량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왔다. 안구건조증 시장과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의 글로벌 시장은 3조~5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성이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유 대표는 “최근 1조원대의 후보물질 기술수출에 성공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최종 계약단계까지는 적어도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유유제약이 신약으로 글로벌 신약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나가고 있는 게 2년 정도 지났기 때문에 3년 내에는 라이선스 아웃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유 대표는 뼛속까지 영업 마인드를 갖춘 비즈니스맨이다. 그는 2004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마친 후 메릴린치와 노바티스에서 영업·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유 대표는 “메릴린치에서는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해 주식부터 채권·주택담보대출 등 각종 상품을 판매했다”며 “노바티스에서는 한국인이 아닌 전 세계 의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했고 퇴짜도 많이 맞았지만, 결국 상을 받을 정도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뉴욕에서 영업할 때가 자신감이 가장 많이 붙었던 시기라고 회고했다. 그는 또 “한국이나 미국이나 제약영업 방식은 언어만 다를 뿐 똑같다”며 “얼마나 고객들과 유대관계를 갖고 제품을 설명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10여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고객을 상대한 노하우가 유유제약을 경영하는 데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는 셈이다.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유유제약 서울사옥 1층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기자유원상 유유제약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유유제약 서울사옥 1층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유 대표는 국내외 바이오벤처에 지분투자를 하기보다는 자체 연구개발(R&D)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사들이 국내외 바이오 벤처에 지분투자를 하거나 후보물질을 사오는 오픈이노베이션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자사의 R&D 역량을 키우는 데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오 벤처는 자금 또는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신약을 만들었는데 홍보를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지만, 나의 장점은 외국에서 오래 살았고 해외 인맥이 풍부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바이오 벤처가 좋은 제품이 있고, 이를 해외에 라이선스 아웃하는 단계에서 유유제약이 필요하다면 저하고는 아주 잘 맞는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현재는 다른 회사에 투자하는 것보다 유유제약에 자체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유제약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율은 5%선으로 경쟁사와 비교해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양보다 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에서 R&D에 왜 그 정도 비용밖에 투자하지 않느냐고 비판하면 서운할 때가 많다”며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신약 개발 능력에 대해 인정을 받고 국책과제 비용으로 30억~40억원을 받기 때문에 실제로 지난해 쓴 돈은 1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R&D의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얼마나 주어진 자금을 갖고 높은 질의 연구와 임상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판가름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유 대표는 회사의 매출 목표 달성 시점을 제시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유 대표는 “메릴린치를 다닐 때는 닷컴버블이 꺼지던 시기로 투자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쳐 정말 힘들었다”며 “그 이후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결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묵묵하게 주어진 과제를 실천해 나가다 보면 전년 대비 높은 실적은 따라오고 그만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제 막 대표 자리에 오른 오너 3세 경영인은 회사가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랄까. 그는 경영의 최종 목표를 묻는 기자에게 전 세계에 유유제약 영업소를 만들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유유제약은 2014년 말레이시아 지점을 설립한 후 2015년 베트남 사무소를 개소해 동남아시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유 대표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려면 동남아시아부터 공략해야 한다”며 “현재 말레이시아와 베트남·미얀마 등에서 골다공증약 ‘본키’를 수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무리 신약이 좋아도 영업망이 없으면 팔 수가 없다”며 “해외시장에서 영업을 오래 한 경력을 활용해 미국과 유럽에도 신약을 판매하기 위한 영업망을 차근차근 구축해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He is…

△1974년 미국 뉴욕 △1998년 미국 트리니티대 학사 △2004년 미국 컬럼비아대 MBA △1998년 미국 아서앤더슨 컨설턴트 △1999년 미국 뉴욕 메릴린치 컨설턴트 △2004년 미국 뉴욕 노바티스 △2006년 싱가포르 노바티스 동남아시아 트레이닝 매니저 △2009년 유유제약 상무 △2014년 유유제약 부사장·유유헬스케어 대표 △2019년 4월~ 유유제약 대표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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