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진보교육 코드에 기초학력 뚝... 학부모 "혁신학교 안보낸다"

"마곡2중 예비혁신학교 지정 취소하라" 학부모 교육청 앞 시위

혁신학교 10년새 100배↑…기초학력 미달 2.6 → 4.1%로 늘어

진보교육감 숫자 늘리기 사활…학부모 반발에 좌초 가능성 커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마곡2중(가칭) 예비혁신 반대 추진위원회와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주최로 열린 혁신학교 반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성형주기자2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마곡2중(가칭) 예비혁신 반대 추진위원회와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주최로 열린 혁신학교 반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성형주기자



“혁신학교로 학생들을 실험대상 삼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물러가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이어 혁신학교 정책에서도 교육당국이 학부모들의 극렬한 반대에 직면했다. 진보 교육감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혁신학교는 매년 그 숫자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여서 혁신학교에 가는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학부모들의 항의에 혁신학교 신청을 꺼리는 분위기가 교육현장에 조성되고 있어서 진보 교육감들의 대표 공약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마곡지구 학부모·지역주민들로 구성된 ‘마곡2중 예비혁신반대 추진위원회’는 2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시교육청에서 마곡2중 예비혁신학교 지정 반대 집회를 열었다. 배정화 추진위원장은 “우리는 아이들을 일반 학교에서 공부시키고 싶은 평범한 학부모들”이라며 “학부모들의 동의 없이 혁신학교로 바뀔 수 있는 예비혁신학교 지정을 서울시교육청은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곡2중은 강서구 일대의 공진중·송정중·염강초 등 3개 학교를 통폐합해 내년 3월 개교하는 학교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를 개교 시점에 맞춰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하고 향후 혁신학교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역 학부모들이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추진위는 “전체 학부모 57.9%가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86.6%의 학부모가 마곡2중의 혁신학교 전환에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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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기초학력 저하 원인으로 꼽혀=학부모들이 집회까지 하면서 예비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우려 때문이다. 혁신학교는 지난 2009년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시작된 학교 모델로 이후 진보 교육감 증가에 맞춰 10년 만에 100배 넘게 숫자를 키워왔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의 학업수준을 평가하는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비약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2년 전체 중·고교생 학생 중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6%였지만 2016년 4.1%까지 늘어났다. 이후 전수평가에서 표집평가로 바뀐 상황에서도 작년 중학교 3학년 학생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 10% 이상이 수학 과목에서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등 학생 수준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져 왔다. 교육계에서는 표준화된 학교 운영과정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의 교과과정 자율화, 토론중심 수업 등이 창의성 증진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대학 입시와 같은 평가과정에서는 학생들의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815A06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교육감들은 혁신학교 숫자 확보에 사활=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지만 진보 교육감들은 혁신학교 숫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마곡2중에 앞서 송파구 헬리오시티에 위치한 해누리초·중등학교를 개교와 함께 혁신학교로 지정하려고 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혀 예비혁신학교 지정으로 만족해야 했다. 예비혁신학교는 일단 1년 동안 혁신학교로 운영한 뒤 교원과 학부모들에 최종 전환을 다시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마곡2중에서는 학부모들이 예비혁신학교도 거부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혁신학교 숫자 확보에 나선 것은 기존 학교들 가운데 혁신학교 전환을 신청하는 곳이 줄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 공모는 교원이나 학부모의 50% 이상 동의를 거친 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에서 안건이 통과돼야 신청이 가능한데 강남 대곡초, 개일초, 광진 양진초 등에서 교원 동의로 혁신학교 신청을 했다가 뒤늦게 학부모들의 반대로 물거품 된 사례가 잇달아 발생했다. 2022년까지 250곳으로 혁신학교를 확대하겠다는 조희연 교육감의 계획도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혁신학교가 학생의 창의성 강화 측면에서도 일반고 대비 특별한 강점을 갖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양희원 한국항공대 연구원과 강유림 연세대 연구원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회 서울교육종단연구 학술대회’에서 “혁신학교는 창의성이나 자아개념 등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핵심발달목표’에서 일반 학교와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지 못했다”며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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