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백색테러’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과 폭력배의 유착설이 퍼졌다.
23일(현지시간) 홍콩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온라인에는 한 경찰 지휘관이 경찰 30여 명을 대동하고 흰옷을 입은 남성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 이 동영상에서 흰옷을 입은 한 남성은 경찰 지휘관에게 “시위대가 쇼핑몰에 모여있는 것은 매우 골치 아프다”며 “경찰이 이들을 쫓아낼 수 없다면 우리가 대신해서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은 지난 14일 사틴 지역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을 언급하면서 경찰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에 이 경찰 지휘관은 이 남성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고맙네. 모두의 도움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네”라고 말했다. 이어 흰옷을 입은 남성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 같은 영상이 퍼지자 그렇지 않아도 늑장 출동과 안이한 대처 등으로 비판을 받는 홍콩 경찰은 더욱 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21일 밤 10시 30분께 백색테러 사건이 발생한 직후 수백 통의 신고 전화가 경찰에 쏟아졌지만, 경찰은 최초 신고 접수 후 3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더구나 사건 발생 전 수 시간 전인 저녁 6시부터 수백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위안랑 역 인근에 집결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과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경찰-폭력배 유착설’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야당은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세에 나섰다. 범민주 진영의 에디 추 의원은 “폭력배들이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할 때 경찰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경찰과 폭력배가 결탁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밤 홍콩 위안랑 전철역에는 100여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들이닥쳐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고, 이로 인해 최소 4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