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미국에서 처음 건설되는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 Reactor) 프로젝트에 주기기를 제작해 공급한다. 탈원전 정책으로 신한울 3·4호기 등 국내 원전 산업이 중단되자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노후 화력발전소 등의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전을 낙점하고 지속 투자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미국의 원자력발전 전문회사인 뉴스케일파워와 원자로 모듈 및 기타 기기 공급을 위한 사업협력계약을 맺었다고 24일 밝혔다.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은 원전의 핵심기기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가압기·주배관 등을 지름 4.5m, 높이 23m인 원자로 용기에 모두 담은 일체형 원전이다. 기존 대형 원전과 비교하면 약 150분의1 수준으로 축소된 형태다. 원자로 용기를 격납용기가 둘러싸며 보호해 별도의 대형 격납 건물이 필요하지 않다.
용량도 1~300㎿e(메가와트일렉트릭) 수준에서 다양하게 지을 수 있다. 한국의 기존 원전 1기 용량은 보통 1GWe(기가와트일렉트릭·1000㎿e) 정도다. 원전 용량의 1~30% 수준 규모로 다양하게 공급할 수 있는 셈이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발전사 UAMPS가 오는 202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아이다호에 건설하는 첫 소형원전 프로젝트를 주도하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이 사업에 원자로 모듈을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소 12억달러 규모의 기자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날 방한한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탄소 배출을 하지 않고 안전하며 안정적인 (원자력) 전력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뉴스케일파워는 두산중공업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두산중공업의 사업 참여는 두산의 기술력을 높이 산 뉴스케일파워가 먼저 요청한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기기를 단순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을 계획이다. 뉴스케일파워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뉴스케일파워 주식도 매입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IBK투자증권 등 국내 투자사와 함께 총 4,000만달러 규모의 지분을 매입한다. 사실상 정지된 국내 원전산업을 벗어나 미국 소형모듈원전 시장에 깊이 관여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숨을 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의 소형원전 사업을 주도하는 업체로 미국의 글로벌 엔지니어링 회사인 플루어가 대주주다. 플루어는 2011년 4억7,000만달러를 이 회사에 투자했다. 미국 정부도 뉴스케일파워를 통해 소형모듈원전 사업을 진행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13년 2억2,600만달러의 기술개발비를 지원한 후 현재까지 뉴스케일파워와 지속적인 소형모듈원전 개발·추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는 소형모듈원전이 전 세계적으로 노후 화력발전 수명 종료에 대한 친환경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냉각수가 많이 필요하지 않고 좁은 부지나 산간·섬 등에도 세울 수 있는 등 입지 선정이 자유롭다. 고온 증기를 활용해 발전뿐 아니라 담수화나 수소생산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아르헨티나·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소형모듈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65~85GWe의 소형모듈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의 한 대학교수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피해를 본 민간기업이 신개념 원전을 수출하며 스스로 해외 시장을 뚫고 있다”며 “미국이 왜 신개념 원전 개발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지 돌아볼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