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상속증여세법 개선안 평가와 과제

윤재원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상속·증여세 할증률 30%→20%로

경영인 의욕 살리고 가업승계 쉽게

주식평가 적정성 검증 관건 될듯

윤재원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윤재원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정부는 지난 25일 최대주주 보유주식의 할증평가제도를 합리화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할증률 하향조정, 지분율에 따른 차등 폐지, 중소기업에 대한 영구적 할증 폐지가 골자다.

할증제도는 최대주주의 주식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도입됐다. 최대주주 보유주식은 일반주식보다 비싸게 팔리는데 기업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다. 최근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의 예를 들면 33.47%의 지분을 장내에서 현재 주가(6,520원 기준)로 판다면 4,500억원 수준이지만 경영권을 넘기는 일괄매각가격은 1조원 내외로 추산된다. 상속재산가액에 대해 시가평가원칙을 두고 있는 미국·영국·독일의 경우도 최대주주 주식을 평가할 때 지배권의 가치를 반영하도록 세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평가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현행 우리 제도는 10~30%의 할증률을 적용해 최대주주 보유주식을 평가한다. 일반기업은 지분율 50%를 기준으로 초과하면 30%, 이하면 20%의 할증률을 적용하고 중소기업은 15%와 10%를 각각 적용한다. 중소기업은 한시적으로 적용을 유예해왔다. 기업 규모와 지분율에 따라 할증률을 일률적으로 정한 것인데 실질 프리미엄가치를 반영하고 있는지 검증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질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니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어 시급한 대응이 필요했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이러한 건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과학적 분석과 실증 증거에 기초해 제도를 합리화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먼저 지분율에 따른 할증률 차이를 폐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분율이 높을수록 프리미엄이 올라가는 일반적 현상이 관찰되지 않아 바로잡은 것이다. 소수주주권이 약한 경영환경에서 적은 지분으로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고가로 거래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분율에 따른 차등 폐지는 우리 실정에 맞게 과세 형평성을 제고한 조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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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최고 할증률을 30%에서 20%로 하향 조정해 단일화했다. 인하 효과는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경우에만 적용되며 세 부담 완화는 비상장 일반법인의 지분상속에 집중된다. 비상장 일반법인군은 우리 경제의 히든 챔피언인 중견기업이 다수를 이룬다. 이들의 경영의욕이 고취되고 가업승계가 쉬워져 백년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반면 상장법인에 대해서는 50% 초과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가 드물어 부의 대물림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셋째, 중소기업에 대한 할증제도를 영구적으로 폐지했다. 중소기업의 할증률이 높지 않은 현상을 반영해 조세특례제한법에서 한시적으로 적용을 유예했던 것을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못 박은 것이다. 법적 안정성을 제고해 중소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종합적으로 보면 1993년 제도 도입 이후 가장 큰 폭의 개편이었고 과세형평 차원에서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크다. 그러나 20%의 할증률로 모든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현행 제도는 개별주식의 특성에 맞춰 실질가치를 측정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우선 현행 제도의 적용으로 주식가치의 실질이 중대하게 왜곡되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납세자 보호의 길을 터줘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영국·독일 등과 같이 납세자가 선택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주식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마련하고 국세청에 평가전문조직을 신설해 주식평가의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후자의 준비 없이는 전자를 시행할 수 없다. 현행 세법상 주식평가 방식이 오랫동안 얼어붙어 있는 이유다. 인수합병(M&A) 거래가 가장 활발한 미국에서 국세청이 주식평가에 있어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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