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모바일 혈당측정기 우리가 최초…규제에 활용 한계”

■최인환 필로시스 대표

만성질환 당뇨, 원격진료 허용 안 돼

환자는커녕 일반인도 관리 쉽잖아

혈당시험지도 의료기기상서만 판매

일반인들은 구매하기 매우 어려워

정부, 혁신 기술 인허가에 과감해야

최인환 필로시스 대표최인환 필로시스 대표



“지난 2009년 스마트폰을 활용한 혈당측정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죠. 중국에서 유사품을 만들었지만, 외관 디자인을 따라 하는 정도에요. 저희는 수십 만명의 환자 정보를 쌓았지만, 이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정부가 의료 복지를 위한 원격 진료에 보다 과감한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

최인환(45·사진) 필로시스 대표는 28일 경기 성남 판교연구센터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원격진료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우리가 먼저 시장을 열고 대비할 것인가, 해외가 우리 시장을 열 것인가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됐을 당시 우리나라도 스마트폰을 생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와이파이(무선 랜)를 확산하지 않았고 아이폰이 국내로 들어온 뒤에서야 무선환경을 개선했다. 아이폰에 우리 스스로 무선시장을 만들 기회를 내준 것이다. 전 세계가 달려든 모바일 헬스케어 산업도 마찬가지다. 최 대표는 ‘세계 최초 기술’로 제품까지 만들었지만 여러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리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만성질환인 당뇨는 환자가 아닌 일반인도 측정해 관리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당뇨는 3대가 동시에 앓을 수 있다는 독특한 형태를 보여요. 예를 들어 할아버지는 나이 탓에, 아버지는 비만 때문에, 어린이는 식습관이 문제에요. 진료 적기를 놓칠 수도 있어요. 3~4년 전만 해도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당뇨를 아는 경우가 많았어요.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니까 뒤늦게 알게 된 거죠.”

필로시스는 2004년 헬스케어 연구개발·기술 컨설팅 회사로 출발했다. 국내외 회사를 컨설팅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발판으로 2010년 ‘지메이트’란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미국·유럽 등 100여개 국가와 수출 판로를 열었다.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이 80%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308억원으로 2017년 대비 46%나 뛰었다. 최 대표는 “올해 20%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낙관했다.

혈당측정기는 전 세계적으로 1980년 초반에 출시됐다. 그는 “현재 세계 시장은 현재 4대 메이저 회사(로슈, 존슨앤존슨, 애보트, 바이엘)가 약 85%를 점유하고 있다”며 “흥미로운 지점은 2000년에는 이들 회사의 점유율이 98%에 달했지만 이후 기술력 있는 회사가 잇따라 나오면서 점유율이 14%포인트나 하락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당뇨를 관리하는 시장은 필로시스가 선점한 상태다.


필로시스는 최 대표가 졸업한 ‘작은 카이스트’처럼 보면 된다. 단순히 혈당측정기 제조회사가 아니라 헬스케어 시스템, 네크워크 등 연구 분야가 다양하다. 그 결과 창립 첫해 이탈리아 BSI사와 혈액 내 다중지표 분석시스템 공급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2008년 미국 DDI사에 병원용 휴대용 생체신호측정단말기를 납품했고, 2010년에는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이 회사의 연구분야가 선정됐다.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연석혈당측정기도 조만간 선보인다. 지난해 특허청이 주관한 ‘제10회 중소기업 지식재산 경영인 대회’에서 필로시스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필로시스는 전체 특허 중 해외 특허만 16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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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필로시스의 활발한 기술을 이끌어내는 동력은 인적 자원에 있다. 특히 최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을 배우고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혈당측정기에 대한 관심은 대학생 시절부터 시작됐다. 대학을 졸업한 후 국내 혈당측정기 시장에서 선두권으로 평가받는 업체들에서 일하거나 제품을 개발해줬다. 이론형 실무가자 사업가로 거듭났다. “카이스트의 교육체계가 이론 중심이지만, 전기·전자공학과는 실험이 우선이에요. 어떤 지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방식을 찾아요.”

최 대표는 혈당을 넘어 모든 질병의 종합적인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만드는 데도 주력한다. 필로시스의 주요 사업 파트너 중 한 곳이 KT인 이유다. KT, 분당서울대병원과 러시아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의료시스템 진출 시범사업을 펼쳤다. 지난해부터는 인도네시아에서 병원시스템의 현대화 사업을 함께 진행한다. 만일 국내 원격진료 제한만 없더라면, KT와 원격진료 협력 사업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는 원격진료뿐만 아니라 혈당측정시장에서도 규제가 적지 않다.

“혈당은 자주 측정하고 추이를 확인해 트렌드와 같은 주기를 파악해야 하고 많은 정보를 쌓아야 해요. 스마트폰 혈당측정기 출시 이후 10년간 수십만명 환자의 데이터가 있어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죠. 규제가 적지 않아요. 혈당스트림(혈당시험지)은 약국이 아니라 의료기기상에서 판매해야 해서, 일반인들이 구매하기 불편할 겁니다. 게다가 의료기기상도 많지 않죠.”

최 대표는 10년 후 필로시스를 모바일 헬스케어 기업 가운데 ‘세계 톱 10’ 안에 들겠다는 목표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기술생태계를 만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정부가 기업으로 연구자금이 흘러들어오게 해주고 인·허가에도 유연했으면 한다”며 “규제에 치중하면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 나와도 시장에 진입하는 시간이 늦어지기 마련이다. 정부가 혁신적인 기술에 좀 더 과감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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