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기자의 눈] 국내 유통, 셔먼액트 논의 필요한 때

김보리 생활산업부 기자김보리 생활산업부 기자



“미국 공정거래위원법인 셔먼액트(Sherman Act)도 시대변화에 맞추기 위해 법의 목적을 두고 1970년대 후반 미국 전역을 뒤흔든 토론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논의가 벌써 40년 전에 있었던 셈이죠.”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조차 현행 공정거래법의 기조에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은 여운이 남는다. 반독점법인 셔먼액트는 남북전쟁 후 대기업들의 엄청난 성장 속에서 대기업에 치인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1890년 태동했다. 하지만 셔먼액트 제정 80여년이 지나자 소상공인의 일괄적인 보호만으로는 산업 생태계를 담을 수 없었다.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참여한 토론 결과 셔먼액트의 제1목적은 소상공인 보호에서 ‘소비자보호 및 경쟁촉진’으로 변화됐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7년이 지난 우리나라의 유통산업 역시 이 기로에 서 있다. 의무휴업일 확대의 주된 논리는 소상공인 보호다. 마트와 몰의 의무휴업으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가기만 한다면 소상공인을 보호하고자 했던 법 개정은 의미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대형마트의 매출액 감소분이 전통시장으로 옮겨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사이 유통의 핵심은 마트와 쇼핑몰에서 온라인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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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프레임에서 대형마트와 쇼핑몰은 여전히 소상공인을 옥죄는 괴물이다. 정치가 가세하면서 이 논리는 더욱 공고화된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의무휴업제를 백화점·복합쇼핑몰 등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쇼핑몰만 규제하면 마치 전통시장과 인근 소상공인이 살아날 것만 같은 논리다. 하지만 7년의 실험 결과 소상공인도 살지 못했고, 마트 1위 업체마저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걱정하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처했다. 쇼핑몰이 이제 그저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닌 놀이마당이 된 판에 갈 곳 잃은 소비자 역시 불편하다. 누구를 위한 규제일까. 충남 당진 전통시장은 시장 2층을 마트에 내줬다. 상인들은 마트건 뭐건 사람들이 오기만 하면 오히려 이익이라며 오히려 마트를 유치했다. 시대가 바뀐 지금, 소상공인은 대형마트에 눌린 약자라는 전통의 프레임이 아닌 소상공인·소비자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1970년대 미국에서의 논의가 2020년을 앞둔 대한민국에도 필요한 때다.
boris@sedaily.com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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