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와중에...美와 세탁기 세이프가드 법리공방

韓세탁기 세이프가드 분쟁 관련

WTO, 재판부 선임절차 마무리

'日경제보복' 맞서 우군 삼으려던

美와 패널 구두심리 등 다툼 앞둬

한국과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치를 놓고 본격적으로 법리 공방에 돌입하게 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항하기 위해 ‘우군’으로 삼으려던 미국과도 통상 갈등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는 지난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과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 세이프가드 분쟁과 관련해 패널 구성을 완료했다. 패널 구성은 해당 분쟁을 맡게 되는 재판부를 선임하는 절차로, WTO 분쟁 해결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패널이 구성되면 이후 패널보고서 제출 등의 절차로 이어지게 된다. 이날 WTO가 패널 위원 3명을 선정함에 따라 앞으로 양국은 당사국 서면 입장서 제출, 패널 구두 심리 등 본격적인 법리 공방을 벌이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WTO 사무국 내 휴가 일정 등을 고려할 때 패널 구성 이후 다음 절차는 9월께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월 한국 등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에 서명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산 제품에 연간 4억8,000만달러 상당의 양허정지(축소 또는 없앴던 관세를 다시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WTO에 통보했다. 세이프가드로 인한 우리나라 수출품의 추가 관세 부담액(세탁기 1억5,000만달러·태양광 3억3,000만달러)을 추산한 데 따른 것이다. WTO 세이프가드 협정은 조치국이 세이프가드로 피해를 보는 수출국에 보상할 의무와 수출국이 피해를 본 만큼 조치국에 대한 양허정지를 할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양허정지는 바로 할 수 없다. WTO 세이프가드 협정은 세이프가드가 협정에 합치하는 경우 세이프가드 발동 3년 동안은 양허정지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3년 전에 양허정지를 하려면 제소를 통해 미국의 세이프가드가 협정에 위배된다는 분쟁해결기구(DSB) 판정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에 지난 5월 미국을 DSB에 회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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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일방적인 조치를 바로잡기 위한 절차가 1년 만에 본격화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려는 등 보복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를 제지하기 위한 국제 공조가 절실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미국을 일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로 보고 미국에 협력을 당부하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미국 측 경제통상 관련 인사들을 잇달아 만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개발도상국 지위 규정을 90일 내로 개정하도록 WTO에 통보하면서 미국과의 통상 전선은 한층 넓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번 통보는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을 겨냥한 조치지만 한국 역시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는 부자 나라 중 하나로 거론돼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한 통상 전문가는 “얄궂은 시기에 미국과 맞붙게 됐다”면서 “미국의 직접적인 압박이 없다 한들 아무래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분쟁이 미국과의 공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패널 3명 중 2명을 양국 간 합의를 통해 구성했을 정도로 양국 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라며 “WTO관행 상 특정 분쟁을 다른 현안과 연결짓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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