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日 2차 경제보복 임박...文대통령, 여름휴가 취소

취임 후 처음...北 미사일 발사 등 안보현안 산적

내달초 개각·임시국회 추경 논의도 영향 끼친듯

日 화이트리스트 배제땐 대국민 담화 '맞불' 검토

이 총리, 홍 부총리 등 내각도 줄줄이 휴가 취소

여름 휴가를 떠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8월2일 오전 대전 장태산휴양림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여름 휴가를 떠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8월2일 오전 대전 장태산휴양림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집권 3년 차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취임 후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가지 않기로 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 배제 등 추가 경제보복이 임박한데다 러시아의 영공 침범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등 외교안보 현안이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8월 초로 예정된 중폭 개각을 비롯해 늦어지는 추경 편성 등 국내 현안들이 문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휴가 취소는 공직사회 전반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직후 강력한 맞대응을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송화 청와대 춘추관장은 28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문 대통령은 7월29일부터 8월2일까지 예정된 하계휴가를 취소하고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한다”고 공지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직원들의 예정된 하계휴가에 영향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고 유 관장은 전했다. 이에 따라 29일로 예정된 정례 수석·보좌관회의는 열리지 않고, 상당수 청와대 참모들 역시 예정대로 휴가를 떠났다.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취소한 결정적 이유는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가 이번 주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름휴가를 떠났다 30일 복귀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8월2일께 각의를 열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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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것은 곧 ‘우방국 관계’의 파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시점부터 한일 양국 갈등은 사실상 ‘전면전’ 양상에 돌입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에 따라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강력한 대일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지금껏 ‘외교적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해왔으나 일본이 추가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할 경우 국내외 여론을 결집할 ‘맞불’ 성격의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여름휴가를 맞아 찾은 계룡대에서 책을 읽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여름휴가를 맞아 찾은 계룡대에서 책을 읽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과 함께 내각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휴가 일정을 전면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휴가 취소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의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보다 심도 있는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기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전날 새벽 광주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와 29일부터 열릴 임시국회도 문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 여름 휴가철마다 각종 현안에 치이면서도 휴가를 취소한 적은 없다. 문 대통령은 재작년 여름휴가를 떠나기 직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기습 발사하자, 휴가를 하루 미루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이후 휴가를 떠나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경남 진해 해군기지 근처에서 시간을 보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 숨 돌릴 틈 없는 외교 일정을 소화한 후 맞은 지난해 여름 휴가철에는 충남 계룡대 등에서 지내며 대전의 명소인 장태산휴양림을 찾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국민적 대응 방안의 하나로 ‘국내 여행’을 권장한 후 올해 휴가 때 문 대통령이 과연 어떤 명승지를 찾을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결국 올해에는 문 대통령이 국내 여행을 하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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