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송환법 반대' 홍콩시민-경찰 거센 충돌... 경찰 최루탄 쏘며 해산 나서 부상자 속출

시위대 中정부 연락사무소 접근에 강력 저지…과잉진압 논란 불거져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홍콩 경찰EPA=연합뉴스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홍콩 경찰EPA=연합뉴스



경찰의 시위행진 불허 통보에도 불구하고 1만 여명의 홍콩 시민이 28일(현지시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도심 시위를 강행해 시위대와 경찰이 서로 격렬하게 충돌했다.

홍콩 재야 단체 들은 이날 오후 3시 송환법 철폐와 앞서 21일 발생한 ‘백색테러’ 사건을 규탄하는 집회를 홍콩 도심인 센트럴 지역 차터가든 공원에서 열었다. ‘백색테러’란 21일 밤 위안랑 전철역에서 100여 명의 흰 옷을 입은 남성이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최소 45명이 다친 사건을 의미한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1만 1,000여 명의 홍콩 시민이 참가했다.


이날 집회에 대해 주최 측은 차터가든에서 출발해 쑨원기념공원까지 행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차터가든 집회만 허가하고 행진은 불허했다. 앞서 21일 있었던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일부 시위대가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앞까지 가 중국 국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계란을 던지는 등 강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내 중국 정부의 강력한 비판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이날 경찰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셩완 지역에 있는 중련판 건물까지 행진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경찰이 시위대를 막아서자 시위대는 도로 난간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경찰과 대치했고 수차례 경고에도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본격적인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여러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체포됐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의 최루탄 발사 등을 우산으로 막는 홍콩 시위대AP통신=연합뉴스경찰의 최루탄 발사 등을 우산으로 막는 홍콩 시위대AP통신=연합뉴스


이날 시위대는 경찰의 진압 시도에 잠시 밀려나는 듯 했으나 카트에 폐지를 가득 담은 후 불을 붙여 경찰을 향해 밀어내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날 시위대는 경찰의 최루탄 발사를 우산으로 막아 2014년 대규모 도심 시위인 ‘우산 혁명’을 떠올리게도 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자정 무렵까지 홍콩 도심 곳곳에서 벌어졌고 홍콩 경찰은 이날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소 10여 명의 시위 참가자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번 주말 시위에는 시위대 보호 역할을 자처한 ‘의용군’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홍콩 언론 등에 따르면 붉은 리본을 팔에 묶은 이들은 헬멧과 고글,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야구 배트, 등산 스틱 등으로 무장한 채 시위대의 맨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면서 충돌도 불사했다. 이들이 무전기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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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경찰 금지 통고에도 열린 ‘백색테러’ 규탄 행진[EPA=연합뉴스]27일(현지시간)경찰 금지 통고에도 열린 ‘백색테러’ 규탄 행진[EPA=연합뉴스]


경찰의 경우 이날도 거칠게 시위 참가자를 제압해 전날에 이어 과잉진압 논란을 불렀다. 경찰이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시위 참가자 옆에 최루탄을 쏘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두 명의 현장 취재기자가 다쳐 치료를 받았다고 홍콩 명보와 AFP통신은 전했다. 특히 전날 위안랑 역 인근에서 열린 백색테러 규탄 집회 때는 경찰이 경고도 없이 들이닥쳐 시위대에 곤봉을 휘두르고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과격한 진압을 시행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백색테러 규탄시위로 인해 경찰에 체포된 시민은 39명에 이르고 부상을 입어 병원에 이송된 시민도 23명에 달한다.

한편 지난달부터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그동안 침묵을 지켰던 중련판이 29일 이번 시위 정국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기로 해 중국 중앙정부가 어떠한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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