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글로벌 통화정책이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당장 30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일본 중앙은행(BOJ)이 미국의 금리조정에 앞서 선제 대응할지 주목되며,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금리 인하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기 전망과 통화정책에 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 수위에 따라서는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통화당국들도 본격적인 완화정책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31일 FOMC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을 80%로 보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연준의 첫 금리 인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해 12월 연 2.25~2.5%로 인상된 후 동결 상태다.
미 경제방송 CNBC도 “올해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예상은 1~3회로 차이를 보이지만 첫 금리 인하 폭이 0.25%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데는 거의 의견이 일치돼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이날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낮아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가 확정적인 만큼 시장의 관심은 파월 의장의 발언 내용에 쏠리고 있다. 최근 경기지표에 대한 평가와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이 어느 정도 나오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칼 리카도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추가 완화의 의도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FOMC를 통해 가시화할 연준의 정책전환은 세계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의 결정에 앞서 29일부터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에 돌입한 BOJ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0.1%인 금리의 향후 방향성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은 BOJ가 금리를 동결하고 지침을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미국 금리 인하와 세계 경제둔화에 대한 우려가 엔화 강세를 가속화할 수 있어 BOJ는 추가 완화조치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기준금리(0%)와 예금금리(-0.4%)를 동결한 ECB도 연준의 움직임에 맞춰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5일 ECB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현행 금리 수준이나 더 낮게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일단 연준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영국 역시 당장은 추이를 관망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기한이 오는 10월 말로 다가오면서 좀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신흥국들도 줄줄이 완화정책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브라질 중앙은행이 31일 현 6.5%인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내다보면서 중동국가들도 금리 인하에 동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터키는 기준금리를 24%에서 19.75%로 4.25%포인트 전격 인하하기도 했다. FT는 “연준의 금리 인하는 세계 경제둔화와 무역긴장 고조에 따른 보험 성격”이라면서도 추가 금리 인하에 따라 자산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