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사는 돈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화합의 장을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 18~21일 중국 시안에서 ‘월드사이버게임즈2019(WCG 2019)’ 행사를 성료하고 돌아온 이정준 WCG 대표는 2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WCG는 전 세계 주요 게임기업들이 참여해 여는 일종의 게임올림픽이다. 삼성전자가 주도해 창설했던 행사인데 2013년 이후 중단됐다가 WCG를 국내 게임사인 스마일게이트그룹이 인수해 올해 6년 만에 부활시켰다. 이 대표는 스마일게이트그룹 지주사에서 해외 전략 부문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9월부터 이를 운영하는 ㈜WCG의 수장직을 맡았다.
이 대표는 “WCG는 다양한 게임들을 대회 종목으로 만들어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여는 대형 이벤트지만 e스포츠에만 국한된 이벤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게임올림픽을 넘어선 세계인의 문화축제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새로운 시대와 세대를 맞이하면서 그에 걸맞은 축제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런 차원에서 저희는 e스포츠 자체에만 몰두하기보다는 거기에서 유발되는 대중적 흥미를 매개로 삼아 사람들이 모여 평화와 화합의 정신을 나누는 축제의 장소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WCG 2019는 단순히 게임대회로만 진행되는 게 아니었다. 이 대표는 “부활한 WCG는 예전과 달리 네 가지 영역인 e스포츠, 뉴호라이즌(신기술·신서비스 접목 미래형 e스포츠 등), 페스티벌, 콘퍼런스 등으로 행사 내용을 확장했다”고 소개했다. 게임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일반 대중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뮤직페스티벌, 코스프레 콘테스트, 로봇·가상현실(VR) 체험공간 등의 이벤트를 병행한 것이다. 또 기존의 e스포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창의적 코딩교육을 위한 이벤트와 인공지능(AI) 간의 축구게임 대결, 로봇 간 격투챔피언대회 등을 도입하는가 하면 e스포츠의 동향과 미래 발전을 모색하는 콘퍼런스 등도 함께 열었다. 앞으로 WCG가 게임을 넘은 장르와 영역으로 행사의 폭을 더욱 넓혀갈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특히 뉴호라이즌 부분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게임대회를 통해 신기술·신서비스를 산업계가 실증하고 이를 대중화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영역 확장성과 대중성이 개별 게임사가 주로 자사의 게임콘텐츠로만 단독으로 열었던 기존의 e스포츠와 구별되는 차별점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일부 게임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개최해온 게임대회들은 해당 게임사에 수익이 대부분 돌아가는 등 상생의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게임 홍보 자체에 중점을 두다 보니 대중성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WCG는 국내외 많은 게임기업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참여할 수 있어 산업 생태계 전반을 활성화하는 순기능이 있고 게임을 넘어 다양한 세계 문화의 교감이라는 큰 비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사회적인 기여도가 높다.
WCG가 갖는 경제적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이 대표는 “이번 시안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동원한 인원은 저희 회사와 외부 인력을 포함해 1,000명이 넘을 정도”라며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고용유발 효과가 있음을 시사했다. 대회 개최지는 정보기술(IT)로 발전하는 첨단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게 돼 관련 분야의 투자유치나 인구·관광객 유입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이번에 행사를 연 중국 시안의 경우 인구 1,000만명 정도로 규모가 있고 대학생 인구 비중이 큰 젊은 도시이지만 아직 중국 내 상위 5대 도시에 들지는 않고 지역 전반적으로 옛 도시의 느낌이 남아 있는 곳”이라며 “그래서인지 해당 지역 공무원들이 첨단산업 투자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고 저희 행사에도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WCG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시안 지역과 저희 회사 모두 윈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회·경제적 기여를 지향하는 행사를 개최하지만 정작 WCG 법인 자체의 이윤은 챙기지 않는다. 이 대표는 “저희 행사 개최에 워낙 대규모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현재 스폰서십과 방송중계권 수입, 현장 입장권 판매와 행사 개최지역의 (예산) 지원 등의 수입을 통해 적자를 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지속 가능한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5~10% 정도의 수익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 수익의 목표는 (WCG 법인의 이익 회수가 아니라) 행사 규모를 키우고 내용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신규투자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WCG는 앞으로 매년 개최된다. 개최지는 추후 결정된다. 경기 종목은 한층 다변화될 수도 있다. 올해에는 정식 종목 6개와 시범종목 4개로 치러졌다. 행사의 확장성과 참여도를 키우려면 무엇보다 게임업계의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게임사들이 자신의 우물에만 안주하지 않고 행사 참여를 위한 지적재산권(IP) 협상에서 보다 개방적으로 나설 자세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종목 게임유치를 위해 IP 협상을 일일이 주도했던 이 대표는 “아직 원하는 것을 100% 가져오지는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저희 회사가 이 행사로 큰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 아니고 종목 참여기업 전체에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려는 것인 만큼 스마일게이트를 포함해 WCG 종목에 참여하려는 회사들이 더 많이 문호를 개방하고 함께 열린 생태계를 키울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다짐했다.
WCG의 사회적·경제적 상생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관계 국가 및 지역 당국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 이 대표는 e스포츠 행사 개최와 관련, “행사 진행과 관련한 한국의 제도적 규제는 적은 편이지만 e스포츠 행사를 개최하려는 적극성에서는 중국 지방정부가 훨씬 높았다”며 한국의 관계 당국이 보다 WCG 성공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했다. /민병권·백주원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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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서울 △1995년 고려대 기계공학 학사 △2003년 미국 퍼듀대 MBA △2003년 ㈜LG전자 해외 마케팅 부문 △2005년 ㈜드래곤플라이 △2011년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임원 △2016년~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부사장 △2017년 스마일게이트 RPG 경영 부문 대표 △2018년 9월~ ㈜WCG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