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를 올려 “제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는데 검사생활을 더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명예롭지도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검사 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지청인 안동지청장에 임명됐다. 통상 서울동부지검의 특수부 성격인 형사6부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인지부서나 대검·법무부 요직으로 발령받았던 점에서 좌천성 인사 논란이 있었다.
그는 사직 인사를 통해 자신이 ‘정치적 검사’가 아니었다는 점을 적극 항변했다. 그는 “지난 1년간 ‘환경부 사건’ 등을 수사하면서 수많은 법리 검토와 토의, 이견조율을 거쳤고 의견이 계속 충돌할 때는 검찰총장의 정당한 지휘권 행사를 통해 결론을 냈다”며 “검찰 내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수사를 이끌고 가 ‘지휘라인과 수사팀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저는 정치색이 없는 평범한 검사”라며 “여야를 안 가리고 동일한 강도와 절차로 같은 기준에 따를 때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다고 믿고 소신껏 수사했다”면서 억울함을 내비쳤다. 또 “정치적 언동을 한 적도 없고 검찰국에서 발령을 내 어쩔 수 없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주 부장검사는 박근혜 정권 시절인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이로써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의 지휘라인이 이번 인사 전후로 모두 물러나게 됐다. 전날에는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 난 권순철(25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사의를 밝혔다. 한찬식(21기) 동부지검장 역시 검사장 인사가 나기 전에 사표를 냈다. 이외에도 현 정권에 칼을 겨눈 검사들은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김범기(25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은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발령 났다.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정부 여권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문제를 지적해온 김웅(29기) 단장은 법무연수원 교수로 발령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