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4분기 실적 발표 후 메모리 생산을 줄이기 위해 웨이퍼 투입량을 일부러 줄이는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생산 라인 효율화 등을 통한 감산 효과가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이 인위적 감산 가능성을 일축했음에도 D램 등에 있어 소극적 감산에 사실상 들어갔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기미는 전날 콘퍼런스 콜에서 감지됐다. 전세원 부사장은 “현재로서는 인위적인 웨이퍼 투입 감소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 변동에 따라 생산 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탄력적 운영’이라는 표현에 주목하고 있다. 탄력적 운영이 라인 최적화나 공정 전환 등을 한다는 것이고 이게 사실상 일정 부분 감산과 같은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은 생산 라인 전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 부사장은 경기 화성12라인에 대해 “낸드의 수요가 플래너(상대적으로 가격·기술이 낮은 제품)에서 V낸드 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상반기부터 일부 플래너 캐파(생산능력)를 연구개발(R&D)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낸드에서 일부 감산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 부사장은 또 “이미지센서 전용 라인인 S4는 멀티 카메라(휴대폰 등에 카메라를 여러 개 탑재) 증가에 따라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4분기부터 화성 11라인(D램 생산) 일부를 이미지센서 생산 라인(S4)으로 전환했다. S4를 추가 증설하겠다는 얘기는 11라인의 D램 생산시설을 이미지센서 라인으로 좀 더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도 D램 생산이 감소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은 “생산 라인을 최적화하려면 설비를 재배치해야 하는 만큼 라인 세팅 자체에 시간이 걸리게 된다”며 “그 결과 일정 부분 감산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