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우리를 이렇게 무시하다니" 분노 폭발

[日 '화이트리스트서 韓제외' 2차 보복...격해진 시민 반응]

682개 시민단체 "경제침략"규탄

"日 저항위해 국민 의지 모아야"

서울시 상호방문 중단 검토 등

지자체도 日정부 결정에 항의

日제품 불매운동 더욱 거세질듯

아베규탄시민행동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아베규탄시민행동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과거에는 일본이 총칼을 들이밀었다면 지금은 경제를 통해 숨통을 죄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오늘날 일본의 행동이 과거 일제강점기 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과거사 반성을 요구해온 김지선(22)씨는 여느 때와 달리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이날 일본 정부가 반도체 품목 수출규제에 이어 수출우대국가 목록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결정하는 2차 경제보복을 단행하자 끓어오르던 반일감정이 폭발했다. 폭염이 예상되는 주말에도 전국 도심에서 대규모 규탄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반일감정의 골이 한층 깊어지면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한층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들은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을 ‘경제를 앞세운 제2침략’으로 규정하고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심모(52)씨는 “지금 일본의 태도는 한국을 무시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태도”라며 “일각에서 타협을 말하는데 상대방이 우리를 이렇게까지 무시하면서 싸우자고 달려드는데 어떻게 타협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682개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아베규탄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한국에 대한 경제침략”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여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우리 국민 모두 나서서 세계 평화와 자유무역주의, 우리 민족적 자존심, 반인도적 가혹행위 규탄 등 인류 공동가치에 기반해 일본에 항의해야 한다”며 “일본에 저항하기 위해 국민적 의지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3일 오후 광화문 일대에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오는 15일에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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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도 한층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의 경제보복에도 지자체 간 교류는 지속돼야 한다던 서울시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직후 방향을 틀고 교류 중단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 간 교류는 지속해 한일관계 개선을 지향해왔다”면서도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이후 사태가 더 엄중해진 만큼 일본의 입장 등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日 철회 전까지 일장기는 없다”  서울 강남구청 직원이 2일 오후 테헤란로에 게양된 만국기 가운데 일장기를 내리고 있다. 강남구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이곳에 게양된 일장기 14기를 모두 내리고 자리를 비워둘 방침이다.     /오승현기자“日 철회 전까지 일장기는 없다” 서울 강남구청 직원이 2일 오후 테헤란로에 게양된 만국기 가운데 일장기를 내리고 있다. 강남구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이곳에 게양된 일장기 14기를 모두 내리고 자리를 비워둘 방침이다. /오승현기자


기초단체에서도 일본 정부의 결정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울 강남구청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테헤란로 등 강남 일대 도로에 걸려 있던 일장기 14기를 철거했다. 구청 관계자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무역질서를 파탄시키는 경제침략 선언이며 스스로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달 초 반도체 품목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화이트리스트 배제라는 2차 보복까지 더해지면서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 제품을 명시해둔 웹사이트 ‘노노재팬’에는 유니클로·무인양품·소니 등 인지도가 높고 생활밀착형 제품들 위주로 등록됐으나 반일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제품으로도 품목이 확대되는 추세다. 개인적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이어져온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기업 차원으로 옮겨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회사원인 김종훈(35)씨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간단한 사무용품부터 회사 차원에서 일본 제품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 간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호한 상응 조치와 함께 외교를 통해 사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은 명백히 규탄해야 할 일”이라면서 “우리 정부도 현실적으로 풀어나갈 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의 속내는 한국을 경제적으로 망가뜨리겠다는 것”이라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넘어 ‘한국물품사랑운동’이나 ‘디스커버 코리아’ 등을 통해 장기전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이희조기자 hjin@sedaily.com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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