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한국 수출규제 2탄 쏜 日...'백색국가'서 韓 제외

2일 오전 각의서 제외 결정

857개 품목 수출 절차 복잡해져

탄소섬유, 정밀화학 등 타격 예상




일본 정부가 2일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했다. 2004년 이후 한국이 갖고 있던 백색국가 지위를 빼앗은 것으로, 사실상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긴급뉴스로 전했다.


이 개정안은 주무 부처 수장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뒤 공포 절차를 거쳐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후 시행된다. 내주 중 공포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시행 시점은 이달 하순이 유력하다.

백색국가는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나라다. 지금까지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 외에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7개국이 지정돼 있었다. 2004년 지정된 한국은 이 리스트에서 빠지는 첫 국가로 기록됐다.


한국이 백색 국가에서 일반 국가로 위치가 바뀌면서 간소화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전략 물자 중 857개의 ‘비(非)민감 품목’에 대해서다. 공작기계나 집적회로, 통신 장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품목에 대해 일본 기업들이 백색 국가로 수출할 때는 3년 단위로 1번 심사를 받으면 개별 허가를 안 받아도 되는 ‘일반 포괄 허가’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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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국가에서 제외돼 ‘일반 국가’로 취급받게 됨에 따라 한국은 전략 물자 중 비민감 품목 대해 개별 허가를 받거나 ‘일반 포괄 허가’보다 훨씬 까다로운 ‘특별 일반 포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별 일반 포괄 허가’를 받으려면 수출 기업이 사전에 수출관리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경제산업성의 점검을 거쳐 인증을 받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 1차 조치로 수출 규제를 강화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 등 3개 품목은 전략물자 중 이런 비민감 품목에 속한다.

아베 신조(가운데) 일본 총리가 2일 아소 다로(오른쪽) 부총리 겸 재무상 등과 각의에 참석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아베 신조(가운데) 일본 총리가 2일 아소 다로(오른쪽) 부총리 겸 재무상 등과 각의에 참석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통해 한국 산업계에 직격탄이 될 전략물자로는 정밀공작기계, 탄소섬유, 기능성 필름 접착제 등 정밀화학제품이 꼽힌다. 한국의 대일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다. 일반 국가는 비전략물자에 대해서도 백색국가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다. 백색 국가로 수출할 때에는 비전략물자에 대해서는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일반 국가로 수출할 때에는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캐치올(상황 허가·모든 품목 규제) 제도’가 적용된다.

비전략물자에는 이른바 4대 수출통제 체제(호주 그룹, 바세나르 체제, 미사일기술통제체제, 핵공급국그룹)의 대상이 되는 모든 품목 중 전략물자를 제외한 품목이 포함된다. 결국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를 합해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이 규제 강화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비전략물자 중 캐치올 제도의 대상이 되는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이 어떤 것인지는 규제 주체인 일본이 사실상 결정한다. 일본은 자의적으로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갖다붙이며 규제 대상을 늘려 한국의 숨통을 조이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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