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日 금융보복 땐 환율 뛰어… 외국자본 증시 이탈 방아쇠 될 수도

[日, 화이트리스트서 韓 제외…시작된 경제전쟁]

■금융시장 괜찮나

해외자금 중 日자본 16% 달해

금융보복 가장 큰 문제될수도

정부는 "대응 가능" 되풀이만

이주열 "韓경제 상당한 영향"

전문가 "내주 日 악재 분수령"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2일 오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9.21포인트 내린 1,998.13을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은 9원50전 오른 1,198원에 마감했다. /이호재기자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2일 오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9.21포인트 내린 1,998.13을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은 9원50전 오른 1,198원에 마감했다. /이호재기자




0315A04 자금 비율수정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의 방아쇠는 일본이 당겼다. 한국 위기설이 담긴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월가에 보고되자 일본이 가장 먼저 자금을 회수하면서 ‘탈한국(Exit Korea)’의 서막이 올랐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외환 보유국으로 외환 건전성은 큰 폭으로 상승했고 IMF 위기 당시 400%에 육박했던 기업부채비율도 100%대까지 낮아졌다. 이를 근거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이은 금융보복이 파괴적이지 않다는 전망을 정부와 연구기관에서도 내놓고 있다. 채권과 주식 등 전체 금융시장에서도 일본 자금이 약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별문제가 없다는 당국자의 자신감도 표출됐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큰손인 ‘일본’이 한국에 금융보복을 가하기 시작한다면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이 20여년 전처럼 ‘셀 코리아’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맞춰 급등한 환율과 주식 하락, 채권 금리 하락 등도 일본 금융보복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일본 각의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예고된 이날 개장에 맞춰 환율과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의 각종 지표 등에는 경고등이 커졌다. 미국의 대(對)중 추가 관세 부과 소식에 7원50전 올라 1,196원으로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소식이 전해지자 장 마감과 동시에 연고점을 경신했다. 마감가는 1,198원으로 지난 2017년 1월9일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외환 당국이 상당한 개입을 했지만 끝내 1,200원 문턱에 도달한 셈이다. 주식시장 역시 7개월 만에 2,000선이 깨졌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21포인트 내린 1,998.13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이 전해진 가운데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악재가 잇따라 불거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 채권시장 역시 크게 요동쳤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될 조짐까지 나타나자 국고채 1년에서 50년물까지 모든 구간에서 연중 최저 수준을 갈아치우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올해 연중 최저 수준인 1.261%로 장을 끝냈다. 이는 전일 1.309%보다 4.8bp(1bp=0.01%포인트) 하락한 것이면서 종전 연중 최저치인 1.292%보다도 3.1bp 떨어진 수치다. 10년물도 전일 1.410%보다 5.8bp 내린 1.352%를 기록해 종전 연중 최저치 1.390%를 바꿨다. 특히 30년물이 사상 최저 수준인 1.334%로 하락하는 등 초장기 채권의 금리도 크게 떨어졌다.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짙어질수록 만기가 긴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날 시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환율 높여 증시 外人이탈 유도

日 금융보복 중 가장 큰 문제

정부는 “대응 가능” 되풀이만

이주열 “韓경제 상당한 영향”

전문가 “내주 日 악재 분수령”




환율 1,200원과 코스피 2,000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이 사실상 뚫린 셈이다. 일본의 대출 만기거부, 연기금 및 주식자금 등에 대한 자금회수로 경제보복이 이어진다면 금융시장의 혼란은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 1,200원이 깨지면 환차손을 우려해 주식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높아진 환율이 주식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는 셈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일본의 금융보복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환율을 높여 주식시장에서 다른 해외 자금이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그럼에도 정부는 금융시장에 큰 영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일본계 자금 비율이 2%가량”이라며 “이 자금이 회수되더라도 다른 자금으로 회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본계 자금이 20%에 육박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대출에 대해서도 정부는 “이 중 대출 자금의 소스는 국내 예금 등”이라며 “일본 본토로 회수해서 나갈 수 있는 자금 자체도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일본의 조치가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관망과 함께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 한 주가 일본발(發) 악재가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이날 장 마감까지도 외환 당국의 환 방어와 기관투자가들의 시장 방어가 거세게 진행됐다”며 “다음 주 월요일 개장 초기부터 주식이 큰 폭으로 빠지거나 환율이 크게 치솟으면 당국의 대응도 힘겨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형윤·이완기기자 manis@sedaily.com

박형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